현재와 과거의 만남, 타임슬립 열풍





1860년 조선 한양에서 항생제 페니실린이 등장한다. 괴질이라불리는 콜레라를 치료하고, 수혈과 맹장 수술에 성공한다. 이것은주인공이 과거 조선시대로 돌아가 현대 의학 기술을 통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드라마 <닥터 진>의 일부 내용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타임슬립에 빠졌다. 현대인들이 ‘If’, 이른바 ‘가정’을 바탕으로 역사의 빈틈을 주목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타임슬립 도대체 뭘까?


'타임슬립(time-slip)'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시간이 미끄러지다’는 뜻이다. 타임슬립과유사한 개념의 시초는 1895년 소설가 H. G. 웰스가 <타임머신>이란작품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시작했다. 1964년에는 필립 K. 딕이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후손들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충격을 주는 <화성의 타임슬립>이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후 타임슬립은 장르를 망라하며 대중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타임슬립의특징은 시대를 초월한 만남이다. 몇 백 년을 거스른 만남은 시대도, 문화도, 심지어 사고방식도 달라 오해와 역경을 겪지만 대화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타임슬립에서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시대라는 장벽에 부딪힌다. 그들은 같은 시공간에 영원히 함께 존재할수 없으며 그러한 운명은 극 중 슬픔과 안타까움을 극대화 한다.


특이한점은 최근 등장하는 타임슬립 작품은 시간 이동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작품에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과 같은 과학기술적 요소를 비교적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최근에는 타임슬립을 하고 난 후의 상황과 이야기 전개를 보다 중요시 하는 풍조가 짙다. 드라마 <닥터 진>에서는추락을 통해, <신의>에서는 신비의 문을 통해서주인공은 타임슬립을 경험한다.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의해 시간 이동을 하지만 작가는 이에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상황에 따른 필연적인 타임슬립임을 암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대리만족의 효과와 장르 개척으로서의 의미


타임슬립은 소비자에게 다른 차원의세계를 전달하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아왔다. 그 변치 않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문화소비자와 창작자 관점이라는 두 가지 시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화소비자관점에서 보면 시청자들은 타임슬립을 통해 심리적인 욕구를 충족한다. 현재에 대한불만족,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 미래에 대한 호기심 등을 타임슬립이라는소재를 통해 만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소녀가 시간을거슬러 과거에 후회스러웠던 일을 수정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전개된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살아가는모든 사람들은 작품 속 타임슬립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창작자 관점에서 타임슬립은 매력적인 작품소재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혜정 교수는 “타임슬립은새로운 소재의 개발과 장르 개척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며 시공간 확장과 다양한 스펙터클의 재현을 통한표현영역의 확대를 타임슬립의 장점으로 꼽았다. 타임슬립은시대를 뛰어넘는 장치로 과거와 현대 혹은 현대와 미래를 결합시킨다. 특히 역사 소재의 경우 양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진부한 작품 소재의 발전을 타임슬립을 통해 꾀하고자 한다.

타임슬립은 역사와의 결합, 판타지의 기술적 실현 등으로 날이 갈수록 더 각광받고 있는 소재이다. 하지만 작품이 많아질수록 내용이진부하고 틀에 박힌 구성이 반복되는 한계를 보인다. 이에 대해 조교수는 "상상과 창작을 통해 역사에 대해 가정하는 한편 역사의 복원력과 맞서는 것을 즐길 수있어야 한다"고 충고하며 “상상 혹은 허구와 역사적사실의 조합을 토대로 탄탄한 스토리를 구상해야 한다”며 타임슬립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타임슬립이란 시간적 차원의 여행은 우리 머리 속에서 무한히 펼쳐지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박가진 기자 parkg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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