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미를 제공한 미국은 눈치만 보며 나 몰라라



지난 4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외교부 양제츠 외교부장과‘센카쿠열도’를 주제로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센카쿠 문제에 대해 자국의 개입을 주장하는 미국과, 중립을요구하는 중국이 다시 한번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우리나라의 독도분쟁뿐만 아니라각국의 영토분쟁에서 비롯된 현재 동북아의 정세는 신(新) 냉전을연상케 할 만큼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그리고 영토분쟁의 당사국들과 그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미국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각자의 전략을 모색 중이다.

영토분쟁은왜 벌어졌나?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무주지(無主地)라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후 센카쿠열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위임 통치했던 오키나와 관할 하에 있기도 했으나 1972년 오키나와의 반환 이후 현재까지 일본이 이 지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이어오고 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은 1969년 유엔의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가 센카쿠 인근 해역에 천연가스와석유가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고 발표하면서 일본, 중국, 대만 3국의 삼파전으로 본격화 됐다. 중국은 1863년에 작성된 지도에 센카쿠 열도가 중국 푸젠 성에 부속한 댜오위타이 군도로 표시된 점과, 중국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미국이센카쿠 열도를 오키나와 관할 안에 뒀다는 점을 들어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간의 무력충돌을없었지만 크고 작은 갈등을 지속적으로 빚어왔으며, 최근 일본정부가 일본 민간인 소유인 센카쿠 열도의 3개섬에대해 국유화 방침을 세우면서 중국과 대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1945년까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남쿠릴열도(쿠릴 열도 최남단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2개 섬과홋카이도 북동쪽의 시코탄 하보마이 2개 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의 실효지배를 받고 있다. 1956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 섬의 반환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도 했으나 결렬됐다. 2009년 이후엔 분쟁 해결 분위기가 다시 형성 되기도 했으나 2010년당시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메드베데프 현(現) 총리의 쿠릴열도 방문을 기폭제로 갈등양상이 재 점화됐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 전함 2척을 파견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타래처럼얽혀있는 동북아 상황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중국과 러시아 또한 일본과의 긴장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동북아 3국과 러시아의 영토분쟁 문제는 단순히 당사국 간의 문제가아닌 해당국가들과 미국 간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실효적 지배 측면에 있어 센카쿠문제와 독도 문제에 있어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는 일본은 주장의 이율배반성을 고려했을 때, 각 분쟁의대처에 있어 조심스럽다. 이를 잘 아는 중국은 독도분쟁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이끌어 내려하고 있다. 또한 센카쿠 문제를 위해서 러시아와의 동조가 절실한 일본이지만 남쿠릴열도 문제로 인해 러시아와도불편한 관계에 있다.


한편, 애초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현재 독도, 센카쿠, 남쿠릴 3개지역 분쟁에 대한 빌미를 제공한 미국은 분쟁해결의 열쇠 또한 동시에 쥐고 있다. 그러나 G2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를확립하고자 하는 미국에게 방해가 되는 현재의 동북아 분쟁상황은 상당히 껄끄러운 문제다. 이에 따라 미국은센카쿠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의 편을 들면서도 독도 문제에 있어서는 양국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어문학부의 김준형 교수는 “비록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의 석연찮은 전후 처리 문제로 인해 동북아의 현 상황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섣불리문제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김 교수는 “특히 독도 문제에 있어 미국의 대 아시아전략에서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선거를 앞둔미국과 일본의 현재 국내정치상황을 봤을 때, 당장 미국의 개입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향후 적당한 시기에 물밑에서 미국의 역할이 꼭 필요하며, 가능할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복잡한 현재의 동북아정세를 고려했을 때 독도방문이라는 최후의 수단을써버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성급한 판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부담을 떠안게 된 차기 정부가 지금의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면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2월 대선을 앞둔 현 유력 대권주자들의 국가 안보적 비전과 외교역량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전망이다.


김호민기자 kimhm@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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