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9할은‘ 실효적 지배’라 해도 무방해





지난 한동신문 176호의 ‘독도 특집 1부’ 기사를 읽은 독자라면 독도 문제에서 '실효적 지배(effective occupation)’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실효적 지배는 국제재판상에서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도,갖고 싶다면 지배하라


실효적 지배란 어떤 정권이 특정 영토를실제로 통치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주권자로서 활동할 의사’와 ‘주권의 충분한 행사’다. 대다수의 국제법이 그렇듯 명료한 개념은 아니었지만, 이후 그 의미가점점 중요해지자 1884년 베를린 회의에서부터 실효적 지배의 뜻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1928년 미국과 네덜란드의 영유권(팔마스 섬 사건) 분쟁에서 막스 후버 중재관이 “타국과의 관계에서 영토주권의 계속적이고 평화적인 행사는 권원*이나마찬가지라는 점을 학설과 관행이 인정하고 있다. (중략) 국제법에따르면 영토주권을 평화적으로 계속하여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국가 간의 경계선을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의 하나이다”고 말하며 실효적 지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후 이 개념은 학자들에의해 이론이 다듬어지고 국제재판에서 지속해서 쓰이며 발전해갔다.

실효적 지배가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에서중요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영토에 대한 권원의 획득 방식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영토주권을 취득하는방식은 크게 자연증가, 할양, 무주지(無主地)의 점령, 시효제도 등 네 가지가 있는데, 이 중 독도 문제에 해당하는 것은 무주지의 점령과 시효 두 가지이다. 무주지의점령이란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영토를 취득하는 방식이고, 시효란 한 국가가 일정한 영토상에서 오랫동안권력을 평화적으로 행사한 경우 영토의 취득을 인정받는 것이다. 무주지의 점령과는 달리 시효는 다른 국가에소속된 영토를 자신의 영토로 취득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 일정 기간 실효적인 지배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신라 시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주권 행사를 통해 실효적인 지배를 해왔기때문에 무주지의 점령 측면과 시효에서도 모두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한국에서공도 정책으로 독도와 울릉도에 거주민을 두지 않았던 때, 일본 어부들의 어업 활동을 근거로 삼아 독도에실효적 지배를 했다고 주장한다. 1905년 시마네현에 독도를 편입했을 당시부터의 자료들도 이들 주장의근거가 된다.




독도,자칫하면…


실효적 지배의 중요한 요건은 지배가 ‘평화적’, ‘실제적’, ‘충분한’, ‘계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본지 176호에서 언급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도서영유권이었던 ‘페드라 브랑카 섬’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말레이시아는 역사적으로 섬의 영유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주지가 아니었으므로 싱가포르가 오랜 기간 주권행사를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는 역사적인 점을 고려하면 페드라 브랑카섬은 말레이시아의 영토이지만 말레이시아 국무장관 대리가 싱가포르 국무장관에게 “당 정부는 페드라 브랑카에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서한을 송부한 것을 근거로 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싱가포르에 대해서 싱가포르가 동(同) 섬에 대해 배타적으로 방문자들을 통제했고, 1978년 동 섬 주변수역을조사하려는 말레이시아 관리들을 허락하지 않은 사실은 주권행사로 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영국이 설치한 등대를 싱가포르가 운영하고 그곳에 싱가포르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주권의 과시가아니지만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재판소는 싱가포르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여 섬의 소유권을 싱가포르에 넘겨주었다.


이 외에 영국과 프랑스의 도서영유권 분쟁인‘에크레호 및 망키에 섬’ 사례를 보면, 프랑스는 노르망디 반도와 매우 인접해 있던 이 지역을 당연한 자국 영토로 여기고 13세기 이후로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영국은 에크레호섬의 어부가 인접해있는 영국의 저지 섬에 어선등록증을 신고했다는 자료를 제출하고, 이와 함께 살인사건과관련된 자국의 재판 기록 및 투옥 기록을 함께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는 영국의 행위들은실효적 지배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만장일치로 영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중요한 점은 실효적지배를 하는 주체는 항상 국가이거나 국가의 승인을 받은 공신력 있는 주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독도 라이브 공연이나 독도 횡단 등 현재 우리의 대응들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실효적 지배에 대한 개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독도 문제가 법적 문제나 정치적 문제의 어느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켜 있음을알게 된다. 실효적 지배라는 법적 개념을 주장할 때 역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부가 현재 이에 대해 외교적, 행정적으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했느냐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독도에 대한 어떤 정책들이 나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다음 호에서는 ‘역사로 본 독도’라는 주제로 사회면에서 이어집니다.



오상훈 기자 ohsh@hgupress.com


* 권원 : 어떠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정당화하는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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