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인의 음주를 말하다, 4인 사색(思索)





한동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고 재학생들 대다수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음주 문화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본지가 교내인트라넷(i7)에서 실시한 설문조사(1550명 참여, 8월 31부터 9월 7일까지)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우들이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프 참조).


하나님의 대학이라고 하는 한동대학교에서 ‘음주’와 ‘음주를 하는 한동인’에대해 학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건전하게 논의해보고자 좌담회를 열었다. 9월 4일 화요일 오후 9시부터 올네이션스홀 304호에서 최원영 대학보도부 기자의 사회로 좌담회가 진행됐다. 참여한패널들의 요청에 따라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크리스천인 학우들이 술 마시는 것은 어떻게생각하는지


A(기독교인, 음주에 대해 부정적): 나는 술 마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술을 마시는 건 모르겠지만 미션스쿨인 한동대 학생이 술을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B(기독교인, 음주에 대해 중도적인 입장): 나는 술은 잘 마시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음주에 대해서는 관대하다.한동대학생이라서 술을 안 마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C(기독교인, 음주에대해 개인의 소신이 필요하다 생각): 나는올 해 입학한 새내기이다. 얼마 전 입학할 때 기독교인이자 한동인으로서 나의 행동에 명예를 거는 명예서약이있었다. 그러므로 술 마시는 것이 크리스천으로서 옳은 행동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한동인으로서 술을 마시냐 사회인으로서 술을 마시냐는 분명 차이가 있다.자신만의 술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적당히 마시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D(비기독교인, 음주에대해서 관대한 입장): 나는술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술은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먹는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술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술을 마실 때 과도하게 마셔서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이 금주하는 것은 전통인가 아니면자발적인가


B: 내 주변에는 자신은 기독교인이라 술을마시지 않는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 그 친구에게 왜 술을 안마시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 단지 기독교인이라서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논리는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C: 왜 기독교인은 술을 안마실까 많이 고민했다. 성찬식 때도 포도주를 마시는데 술을 아예 안 마시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음주 행위를 억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D: 기독교인은 금욕주의자가 아니다. 금주하시는 분들은 나름대로 기준이 있으시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은 ‘나는 기독교인이니까 술을 먹지 않는다’고하는데 이런 논리는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자신만의 생각도 기준도 없이 술을 먹는 것을 나쁘다고 치부하는것은 옳지 않다.

현재 한국 대학생의 술 문화에 대해 크리스천은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B: 현재 대학생의 술 문화는 대부분이 취하기위해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자리는 자기 통제가 힘들고 간혹 주사를보일 수도 있다. 물론 술을 통해 모임의 분위기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크리스천이라면 현재 한국의 안 좋은 술 문화는 따라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C: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 되면 깊은 얘기도나오고 편안함을 느낀다. 성경의 잠언에도 힘든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는 장면도 나온다. 때에 따라 좋은 면도 있다.


A: 술을 마셔서 분위기가 좋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술이 아니더라도 모임의분위기를 좋게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많다. 우리가 실감하는 예로 우리학교의 MT는 술 없이도 잘 진행되지 않는가. 술을 마셔야만 분위기가 좋아진다는생각은 명확한 기준 없이 세상을 따라가는 것이라 본다.

술이 신앙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가


A: 일단 술을 신앙의 본질과 연결시키지 않을때, 구원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술은 삶의 부분이라고생각한다. 성경에서 봤을 때 ‘술 취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술을 마실 때 적당하게 마시는 것이 어렵고 그 기준도모호하다. 그렇다면 아예 술을 안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B: 술 자체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술보다 신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많다. 다만, 무절제하게 마신 뒤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 것이 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절제할 수 있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은 신앙과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C: 신앙은 자신과 하나님의 관계이다. 자신이생각하건대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에 술이 문제가 된다면 마시지 않으면 된다. 술 자체로는 신앙에 영향을준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본다.


D: 술을 안 먹는다고 신앙이 좋은 것은 절대아니다. 술 자체는 신앙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예배 드릴 때는 찬양도 뜨겁게 하고 기도도 열심히 하지만, 예배가 끝난 후에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많이하는 위선자들이 신앙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너는 교회 다니면서 왜 술을 먹냐고 정죄하며회개하라고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신앙인의 삶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술 마시는 것이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이미지를 주지는 않을까


D: 나는 군대도 갔다 왔고 밖에서 일도 해봤는데기독교인이 술을 마신다고 해서 좋게 보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술을 먹는다고 안 좋게 보는 것이아니라 술을 먹고 안 좋은 일을 하는 것을 나쁘게 본다. 결과적으로 술을 먹고 실수를 하는 경우가 욕을먹지, 교회 다니는 사람이 술 먹는다고 해서 욕을 하지는 않는다.


A: 기독교인으로서 술 마시는 게 잘못됐다생각하지만 기독교인 이미지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들 술을 먹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술 먹고 실수하는 건 문제라고 하셨다. 그런데 술을 먹으면 당연히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술은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자들 사이에서는고학번 형이 남자 후배들을 술자리에 억지로 데리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부분은 당연히 갈등이생기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중 질문: 한동대학교는 ‘술을 먹지 않는 학교’라고 홍보할 정도로 음주에 대해 안 좋게 보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술마시는 것 자체는 큰 죄가 아닌데 한동대의 문화나 분위기로 인해 술을 마시는 사람은 위축되거나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술 안 마시는 척 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술 먹고 싶다면서 나를 조용히부른다. 술을 마시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닌데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한동대 특유의 문화가 나중에 갈등을 더 키울 것이라 생각한다. (본좌담회에서는 청중이 참가하였으며 패널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C: 새내기 섬김이를 하면서 새내기들이 그런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자주 봤다. 술 먹는 것을 정죄하는 분위기가 학교 전반에 깔려있어서 술을 먹는것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는 음주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C: 우리나라에서 분위기상 술을 아예 안 마시는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동대 학생들도 술에 대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을까. 이 때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가입했던동아리 같은 경우에 예전에는 선배들이 술자리를 강요하는 동아리였는데 현재는 동아리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문화를 고쳐나갔다. 자기 자신이 절제하는 것보다 절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A: 무엇을 하던지 크리스천의 목적은 하나님을기쁘시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 자체가 ‘괜찮다’, ‘나쁘다’의 이분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크리스천의 목적을 생각하면서상황을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


D: 대학생들은 낮에는 대부분 학업이나 각자의일을 하다가 대부분 밤에 사람들을 만난다. 그 때, 마땅히만날 수 있는 곳이 없다. 단순히 술을 마시기 위해 술자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빌리기 위해술을 먹는 것이다. 술 먹으면 더욱 더 쉽게 친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술을 마시면 서로간에 느낀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낌이 없어진다. 이런 술 문화 대신 대안 문화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우리 학교같이폐쇄적인 곳에서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다. 단순히 술을 적당히 마셔라,유흥문화를 절제하라는 가르침도 좋지만 술 문화를 무조건 어둡고 부정적인 문화로 치부하지 말고 어느 정도 오픈하고 긍정적으로 공유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B: 한동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으로 바탕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술에 대해서 자제하는 분위기는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음주를 하는 사람에 대한 시각은 다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특정 동아리는 술 마시는 동아리이므로 나쁜 동아리다’와 같은 시각은 옳지 않다. 술 마시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과 그들을향해 정죄하는 행동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 최원영 기자 choiwy@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