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증거와 심리적 분석을 통합한 범죄심리수사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 <멘탈리스트(Mentalist)>, <라이투미(Lie to me)>등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범죄 수사 드라마이며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을 파악해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기존의 범죄 수사방식이 법의학과 증거를 이용한 과학적인 수사였다면 이 드라마는 교묘한 심리전, 행동패턴, 미세표정 등으로 범인을 밝혀낸다. 심리를 적용해서 범인을 찾는 방식이 낯설어 보이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범죄심리분석, 즉 프로파일링을 통한 수사가 발전하고 있다.

소설 속 셜록홈즈, 현실 속 범죄수사의 출발이 되다

과학수사의 1인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흔히 셜록홈즈가 떠오를 것이다. 허구의 인물인 그가 현대의 과학수사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과학을 최초로 사건에 접목시킨 사람이 바로 ‘셜록홈즈’의 저자인 코난 도일이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범죄의 단서도 없이 용의자를 낙인 찍고 잔인한 고문을 통해 범죄사실을 자백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소설 속 셜록홈즈는 해부학, 탄도학, 지질학, 골상학 등을 이용해 사건현장의 먼지, 땅에 난 자국, 필적, 상처위치와 각도 등을 놓치지 않았다. 직접 현장을 뛰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범인의 성별, 연령, 직업, 취향, 콤플렉스 등을 추론했다. 이러한 셜록홈즈로 인해 실제 범죄수사와 경찰행정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고 과학수사가 크게 발전했다.

과학수사와 함께 범죄자의 심리를 이용해 좀 더 심층적으로 사건을 분석하는 수사는 1888년 ‘잭 더 리퍼’사건에서 처음으로 활용됐다. 살인범은 힘이 세고 대단히 냉정하며 용감한 자임에 틀림없다. 사체를 훼손한 특징은 그자가 성적인 면에서 음란증이라고 부르는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중략) 지금까지 언급한 사항들을 고려한다면 살인범은 아마도 외톨이거나 유별난 버릇을 지녔을 것이며, 일정한 직업이 없이 작은 수입이나 연금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 구절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증거와 현장을 통해서 범죄자였던 잭 더 리퍼를 실제로 분석한 내용이다. 범죄심리학은 이를 시작으로 점점 발전했고 1960년대에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으로 발돋움했다.

범죄자의 심리는 사건의 증거!

범죄심리분석 방법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파일링은 범죄수사기관이 효율적으로 범죄자를 잡도록 정보를 제공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유형의 범죄자를 잡는 일련의 과정이다. 과거에는 범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심리학적 이론들을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프로파일링을 활용해 전반적인 범죄수사가 이뤄진다. 국내 ‘프로파일러(Profiler)’인 경찰대학교 표창원 교수는 “프로파일러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수식어는 ‘상대의 숨은 속마음을 읽고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과 협상의 대가’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는 다양한 기술들로 범죄자를 가려낸다. 예를 들어, 연쇄범의 경우 범죄방식에 있어 무의식적으로 습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숙련된 프로파일러는 그들의 행동양식을 읽어낸다. 이 해석은 범죄자의 외형적인 특징과 성격, 버릇 등을 유추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프로파일러는 숨겨진 침묵에 집중한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몸짓과 같은 비구어적 표현이 93%이고 구어적 표현은 고작 7%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프로파일러는 감정 표현이 가장 잘 드러나는 눈을 통해 중요한 단서를 얻는다. 눈썹의 움직임, 동공의 확대와 축소 등을 통해 범죄자의 현재 심리상태를 알아내는 것이다. 대화법도 중요한 기술이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피의자가 있다면 원래의 목적을 벗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사이에 상대는 낯선 사람에 대한 불신감을 없애고 대화는 점차 범행시기로 흘러간다. 프로파일러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 대부분의 범죄자는 상대에 맞서 버티는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범행을 자백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 용의자와의 면담을 통해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는 일은 일부 드라마에 비쳐지는 것처럼 화려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프로파일러는 철저한 형사들의 그림자로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흥행영화에 감초역할을 하는 조연이 필요하듯이, 원활한 범죄수사를 위한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프로파일러다.

참고문헌: 해럴드 셰터 저 <연쇄살인범 파일>, 표창원 저 <숨겨진 심리학>

강초롱 기자 kangcr@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