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를 유명인사로 ‘Kony 2012’ 운동

지난 3월 5일, 유튜브(YouTube)에는 영화제작자이자 NGO 단체 인비저블 칠드런(Invisible Children)의 대표인 제이슨 러셀이 만든 ‘Kony 2012’라는 제목의 30분짜리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은 우간다 반군 단체(LRA, Lord’s Resistance Army)의 수장인 조셉 코니의 극악한 범죄들을 고발하고 그의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온라인 상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열흘이 채 안되어 조회수 1억 회를 기록하며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우간다의 내전 상황과 조셉 코니, 그리고 ‘Kony2012’ 운동에 대해 알아보자.

30년… 길고 긴 우간다 내전의 역사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우간다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군부독재정권의 지배를 받았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간다의 국민들은 독재 정권의 폭정과 반(反)정부 세력의 테러와 각종 만행에 시달렸다. 1962년 첫 총선에서 승리한 밀턴 오보테는 연립정부 수상으로 처음 정권을 잡았다. 이후 1971년부터 ‘검은 히틀러’라 불리는 이디 아민의 8년간의 반인도적인 독재가 자행됐다. 이 시기 국제사법재판소는 적어도 10만 명의 우간다인이 테러로 살해당했다고 집계했다. 1979년 탄자니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요웨리 무세베니의 혁명군에 의해 이디 아민의 정권은 무너졌다. 그러나 1980년 밀턴 오보테가 총선에 의해 다시 대통령이 되고, 그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요웨리무세베니국민저항군(NRA)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약 20만 명을 살해하는 등 최악의 인권탄압을 자행했다.

1985년 우간다의 아촐리 족이 중심이 된 오켈로 정권이 오보테 정권을 밀어냈다. 오켈로 정권은 NRA와 협상하고자 했으나 NRA는 이를 거절한 후 1986년 수도 캄빌라를 점령하고 무세베니를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이 과정에서 무세베니 정부에 반대하는 5개의 반정부 조직이 생겼는데, 그 중 가장 큰 조직이 현재 조셉 코니가 이끌고 있는 LRA이다. 이들의 세력은 우간다의 현 정권에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국을 거점으로 두고 국경지역에서 살인, 강간, 납치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특히 LRA는 어린이들을 납치해 여자아이들은 성적 노예의 수단으로 삼고, 남자아이들은 소년병으로 만들어 온갖 학살극에 동참시키는 등 강력한 국제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조셉 코니는 국제형사제판소가 내놓은 지명수배명단 1순위에 올라있다. 작년 처참하게 시민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리비아의 카다피는 이 명단에서 24위였다.

4월 20일, 하나가 되어

동영상을 제작한 제이슨 러셀이 우간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약 9년 전이다. 그는 그 곳에서 만난 제이콥 이라는 어린 소년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LRA에 납치되었을 당시, 자신의 형이 참수되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고 고백했다. 죽은 형을 떠올리며 흐느끼는 그 소년에게 제이슨 러셀은 코니의 만행을 반드시 막겠다는 약속을 하고 코니 체포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코니는 현재까지 약 30만 5천명의 아이들을 납치했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부모와 친구를 상처 입히고 살해하라는 잔인한 지시를 내렸다. 그가 만난 아이들은 코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삶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가 동영상을 만든 목적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조셉 코니를 전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만드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면 각국정부, 특히 미국정부가 여론을 의식할 것이고 결국 여론을 따라 정부가 군대를 파병해 코니를 체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인비저블 칠드런의 요청에 부응해 특수군 100명을 파병했다. 또한 제이슨은 올해 4월 20일을 ‘행동의 날’로 정해 그날은 코니의 반인도적 학살에 반대하는 이들이 하루 동안 모든 온라인, 오프라인 공간에서 홍보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비저블 칠드런에서는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포스터, 팔찌 등이 포함된 액션키트를 30달러에 판매 중이다. 뿐만 아니라 ‘LRA Crisis Tracker’라는 사이트를 통해 LRA의 활동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정치적인 목적인가, SNS의 새로운 가능성인가

‘Kony 2012’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06년 조셉 코니와 LRA 대부분의 세력은 우간다를 떠났고 현재 실제 규모는 수백 명에 불과한데, 동영상에서 우간다의 상황을 너무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과의 대립으로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던 미국이 얼마 전 석유가 발견된 우간다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는 음모론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인비저블 칠드런의 기금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에는 제이슨이 그의 집 근처에서 나체로 소동을 피워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SNS(Social Network Service)라는 새로운 형식을 활용해 단기간 내에 반인륜적 범죄자인 코니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목을 이끌어 냈다는 점, 그리고 우간다의 상황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아프리카의 인권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을 들어 ‘Kony 2012’ 운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호민 기자 kimhm@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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