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대’의 기독교와 부딪히는 ‘새 시대’의 음악




“May be”, “Kiss the rain”, “River flows in you”….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이루마는 대중들에게 ‘뉴에이지 아티스트’로 친숙하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뉴에이지 아티스트가 아닌 피아노팝 아티스트로 불리길 바란다. 그는 왜 뉴에이지라는 수식어를 꺼려하는 것일까?

인본주의를 찬양하다?
1980년대 초부터 뉴에이지 음악은 클래식과 팝의 결합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접근하고 있다. 유명 피아니스트인 조지 윈스턴을 필두로 유키 구라모토, 스티브 바라캇,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 등이 뉴에이지 음악을 대표한다. 1986년부터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상에 뉴에이지 부문이 신설되면서 뉴에이지는 하나의 독특한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중세 기독교 음악이 신본주의를 바탕에 둔 것처럼 뉴에이지 음악은 ‘인간이 곧 중심’이라는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인간 내면의 의식을 중시하는 뉴에이지 음악은 듣기 편하고, 감미로운 선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뉴에이지 음악은 ‘무공해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부드러운 이미지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음악적 특징이 없어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스웨덴의 팝 밴드인 ‘에이스 오브 베이스’와 기타리스트인 ‘스티브 바이’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뉴에이지의 영향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뉴에이지 음악은 일관된 장르 또는 형식의 특징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무공해 음악 vs 영적 공해 음악
초기 뉴에이지 음악은 실험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처럼 잔잔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러나 일부 교계에서는 뉴에이지 음악을 ‘무공해 음악’이 아닌 ‘영적 공해 음악’이자 ‘사탄의 음악’으로 바라본다. 뉴에이지가 자연스럽게 범신론, 영지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반기독교 사상을 띠면서 기독교의 대체 종교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계는 뉴에이지 뿐만 아니라 그것에서 파생된 뉴에이지 음악도 경계한다. 그런 탓에 교계에서는 ‘뉴에이지 음악은 크리스천에게 해로운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뚜렷한 정체성이 없는 뉴에이지 음악의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형식에 구애 받지 않거나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몇몇 음악들은 졸지에 뉴에이지 음악으로 오해 받는다. 크리스천 피아니스트인 이루마와 장세용이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은 뉴에이지가 아니다”, “뉴에이지 음악이라고 오해 받는 것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하소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뉴에이지 음악이 반기독교적이라는 주장은 뉴에이지 아티스트로 잘못 알려진 이들과는 무관하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조준모 교수는 “보수 기독교 층의 자세는 형태와 의미의 관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됀 것”이라며 “뉴에이지 장르가 뉴에이지 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수 있지만 음악적 형태 자체가 뉴에이지 사상과 같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뉴에이지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
한 기독교 매체에서 주최한 대중문화와 영성에 관한 포럼에서 수서교회 황명환 목사는 “뉴에이지는 기독교가 예언자적 책임을 외면하고 침묵을 지킴으로써 생긴 빈 공간을 메우러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대중매체가 점점 인간의 정신과 영적인 요소를 주목하는 상황에서 교회공동체가 그 흐름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기독교적 관점에서 뉴에이지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큰 의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뉴에이지의 음악적 형태가 사상과 다르다는 것을 떠나 우리는 어떤 음악적 형태를 통해서라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하지만 뉴에이지 사상은 기독교인의 삶에서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교회는 반복음적인 형태에 대해서 민감하게 여기지만 교회를 부패하게 하는 물질만능주의 같은 반복음적인 가치관에 대해 무감각하다”며 “올바른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 나라에 반하는 가치관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노현 기자 kimnh@hgupress.com


영지주의: 헬레니즘 시대에 유행했던 종파의 하나로 기독교와 다양한 지역의 이교 교리(그리스, 이집트 등)가 혼합된 모습을 보였다. 정통 기독교가 그리스도는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 인간의 원죄를 대신 속죄하였다고 믿는데 반해 영지주의는 육체는 그 자체가 악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가 육화 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 중심 사상으로 뉴에이지 문화와 융합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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