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들어있다는 것은 대다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IMF 시기에 바닥을 친 부동산 가격은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부양책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그 결과 2002년 전국 평균 땅값은 8.98% 나 상승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도 높은 땅값의 상승세의 부작용을 의식해 여러 정책을 이용해 부동산 가격 잡기에 나서서 2003년 3.43%, 2004년 1분기 1.36%까지 낮추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땅값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계획되어있는 수도권 지역의 신도시 개발 계획과 정부가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는 신행정수도, 서울 강북지역에 예정되어 있는 뉴타운 사업 등 개발바람이 불어 닥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역시 믿을 것은 땅 밖에 없다’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깔려있다.

최근 부동산중개소에 들러보면 거래량이 예년에 비해 현격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정책에 따라서 움직이는 가격인지라, 앞으로 부동산 거품이 크게 빠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과 정부가 부동산 가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요사이 부동산 가격에 혼란이 오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이유가 된다. 지난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부동산 투기 근절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처음 의도했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막고 이미 커진 거품을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계획은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10월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집값 안정과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의 두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는 계획은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극심한 내수소비 부진과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주택경기를 위축시키게 되고 건설업자나 현재 집을 팔고 사는 사람들의 불편만 초래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이사를 하는 시기인 봄 이사철, 여름 이사철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매물은 꾸준히 나오지만 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만 지속되고 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 정부의 정책만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비정상적일 정도로 이사 수요가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관련업체에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포장 이사업체, 부동산 중계업소, 실내 인테리어 업체 등은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범위를 넓게 잡는다면 가구와 가전업체까지도 손실을 입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소비침체가 부동산 거품이 빠지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고 보고 언젠가는 부동산 거품을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어느 시기에 해내느냐는 것인데, 그 기준은 물가 상승의 정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면 금리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금리와 많은 연관이 있는 부동산 시세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많이 오르는 쪽을 택하더라도 경기 부양을 시킨다고 가정한다면 부동산 거품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왔다. 여러가지 경제적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어느새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참여정부는 거대 건설업체들과 주택 보유자들의 불만과 맞서 공약을 달성해낼 수 있을지,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도병욱 기자 do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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