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전면 개정, 우리나라 금융권에 끼치는 영향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2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공식적으로 통과됐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은 이례적으로 총 440개의 조문 중 190개가 개정돼 한국 금융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번 개편으로 말미암은 현 금융계 반응과 전망을 알아봤다.

자본시장에 찾아온 빅뱅
자본시장법은 증권, 투자, 금융 등 총 14개 분야의 법률을 통합시킨 것이다. 2009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금융안정이라는 목표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여러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로는 국내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이하 IB) 활성화를 통한 헤지펀드 시장 선점이 있다. 또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확대, 대체거래시스템(이하 ATS)과 중앙청산소의 도입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불안한 시점에서 자본시장법의 개정을 통해 우리 자본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만 투자은행? 우리도 한다!
이번 개정안 중 국내 IB 활성화가 가장 눈에 띈다. 이를 통해 거대 금융 및 증권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돼 그 동안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민간 투자 펀드인 ‘헤지펀드’를 선점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IB는 헤지펀드를 선점함에 따라 인수합병 자금 대출, 기업 융자 보증 등 투자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의 거대 IB과 경쟁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등장시켜 국제 금융권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김 위원장은 “헤지펀드를 출범하고 IB를 육성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가등급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에 헤지펀드 시장이 도입되면 3년 안에 42조원의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해 앞으로의 헤지펀드 시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바이다.

ATS의 도입도 금융계의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ATS란 여러 개의 증권거래소를 설치하여 투자자들이 자율적으로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따라서 한국증권거래소(KOSDAQ)의 독점이 아닌 거래소 간의 경쟁을 통해 투자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ATS는 정규 거래소의 업무인 상장, 공시, 시장 감리 등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등 적은 인원과 비용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변화, 위험이 뒤따르진 않나?
하지만 일부 학계와 금융권에서는 자본시장법 전면 개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헤지펀드 도입으로 정부의 금융 정책이 대규모 증권사 위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되기 위한 최소 자본이 3조원이기 때문에 중소규모 증권사들은 불리하다는 것이다.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헤지펀드 관련 개정안이 너무 대형사 위주로 흘러가게 돼 있다”며 “자본금 조건과 자산운용 규모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헤지펀드의 과도한 투자 쏠림으로 금융 시스템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투자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일부는 국내 증권시장이 선진국만큼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ATS의 도입으로 증권 시장이 분리되면 거래간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TS가 초기에 안정적으로 도입이 되지 못한다면 기존 한국증권거래소의 독점체제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길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국내 주식시장 규모를 반영할 때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ATS가 난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Hedge Fund) 투자지역이나 투자대상 등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노리지만 투자위험도 높은 투기성자본이다. 100명 미만의 투자가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 파트너십(partnership)을 결성한 후에 카리브해의 버뮤다제도와 같은 조세회피(租稅回避) 지역에 위장거점을 설치하고 자금을 운영하는 투자신탁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일반 증권사와 구분되는 대형 증권사를 국내 실정에 맞게 일컫는 말이다. 새로 도입하는 IB의 자격을 얻으려면 자기자본금 3조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김노현 기자 kimn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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