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속 북촌한옥마을을 산책하다

한옥과 커피가 어우러지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 북촌한옥마을. 높은 언덕 골목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옥이 사람들을 반긴다. 이곳에서는 전시용이 아닌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살아 숨 쉬는 한옥을 느낄 수 있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의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악산 기슭에 있는 한옥 보존지구이다. 본래 이 지역은 조선 시대 상류층의 30여 호 한옥만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말 중소규모의 한옥들이 집단적으로 건설됐다. 후에 일반 건물들도 많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헌법재판소를 왼쪽에 두고 올라가다 보면 ‘북촌 재동관광안내소’가 보인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관광안내도에는 가볼 만한 장소들이 촘촘하게 적혀 있다. 처음 북촌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북촌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북촌 8경을 돌아보는 것이 좋다. 북촌 1경에선 창덕궁 전경을 볼 수 있고, 창덕궁 돌담길을 끝까지 따라가 보면 북촌 2경이 나타난다. 안내소를 중심으로 북동쪽(오른쪽 위)에는 북촌 3경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개방된 한옥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工房)을 볼 수 있다. 북서쪽(왼쪽 위)에는 한옥밀집지역인 북촌 4,5,6,7경이 있고, 좀 더 위쪽에는 북촌 8경이 기다리고 있다.

기와지붕 위에 고층 빌딩
관광안내소 북동쪽(오른쪽 위) 길을 걷다 약국과 갤러리 건물 사잇길로 접어들자 구불구불한 언덕길이 등장한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한옥과 함께 서울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북촌 5,6,7경이 나온다. 꽤 가파른 언덕 골목길 양쪽에 한옥이 서로 닿을 듯 빽빽하게 있다. 언덕 위쪽에 자리한 북촌 6경 포토 스팟(Photo spot)에서 내려다보니 가까이 한옥, 멀리 고층빌딩과 남산이 한눈에 보인다.
북촌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 한옥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대 생활에 맞게 개량된 점이다. 온돌과 마루를 유지하면서도 전통 한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리, 타일 등의 재료를 쓰고, 부엌이나 화장실 등 내부 구조를 현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좁은 지역에 많은 한옥이 밀집돼 흔히 한옥 하면 떠올리는 여유로움이나 탁 트인 풍경은 볼 수 없지만, 북촌 한옥에서는 한옥의 시대적 변화와 독특한 주거 문화를 함께 엿볼 수 있다. 딸과 함께 북촌을 찾았다는 이해순(51)씨는 “북촌마을은 전통 한옥이 잊혀가는 현대에서 대를 이어가는 동시에, 젊은 세대들에게도 실제 거주 공간으로써의 한옥을 보여줄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스러운 정취와 세련미의 조화
북촌한옥마을에는 한옥을 그대로 활용한 가게나 박물관이 많다. 북촌 7경을 돌아보고 북악산 쪽 골목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전통찻집이 있다. ‘ㄷ’자 모양의 한옥을 개조해 만든 이 찻집은 한쪽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북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북촌 3경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1970-80년대 풍경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목욕탕인 ‘중앙탕’과 오래된 쌀집, 방앗간, 문방구 등은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운영 중이다. 더 올라가다 보면 옻칠공방, 매듭공예방, 민화박물관 등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북촌문화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북촌에서는 전통과 어우러진 세련미도 느낄 수 있다. 한옥 골목을 조금 내려오면 아기자기한 가게와 카페들이 이어지는데, 작은 액세서리와 여성 옷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조차 이곳의 분위기와 완벽히 동화되어 촌스러운 듯 세련된 느낌을 준다. 높은 시멘트 담 골목에 위치한 카페는 한옥의 틀은 살리고 안쪽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실내장식을 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곳 주인 이경환씨는 “삼청동의 예스러운 분위기가 좋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며 직접 볶은 커피를 내려주었다.

그곳에서는 누구 할 것 없이 고즈넉한 기와지붕과 돌담, 그리고 나무 대문 앞 오밀조밀한 화분들에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조선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서울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풍경에 감탄이 이어진다. 지나가는 골목골목마다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지는 북촌한옥마을. 하늘 맑은 날,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한옥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이은선 기자 leen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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