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으로 바라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요즘 서점에서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작품에서는 ‘예수는 신의 아들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자식을 낳았다’는 파격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을 해석하고 그 것을 ‘코드’로 삼는다. 이 소설로 인해 다 빈치는 다시 한 번 새롭게 해석되고 있으며 그를 둘러싼 논쟁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작품이 바로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다.

1491년, 다 빈치는 새로 지어진 수도원의 벽화를 그릴 화가를 찾던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성서 속에 있는 예수의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 광경을 벽화로 그려줄 것’이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성서 속 인물들을 벽화에 재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까다로운 수도원장의 개입으로 사사건건 대립하느라 쓸데없는 힘과 시간을 낭비하느라 결국 벽화는 4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거친 후에야 완성되었다.

'최후의 만찬'에서는 다 빈치 특유의 천재성이 드러나고 있다. 제자들 중 가장 어렸고, 예수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인 요한은 미소년으로 그려지고 있고, 베드로는 누가 배신자인지 물어보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다른 제자들 역시 제각기 특성에 맞게 그려져 있다. 이런 세심하고 과장된 묘사들은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해석을 남겼다.

작품에 관해 익히 알려진 일화로는 ‘예수와 가룟 유다의 모델’ 이야기이다. 다 빈치는 작품을 부탁 받은 이후 예수의 모습을 상징할 수 있는 순결하고 선하게 생긴 19세의 젊은이를 모델로 삼았다. 그 후 그는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고 그 후 6년 동안 예수와 11명의 제자그림을 완성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가룟 유다의 그림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처음처럼 모델을 필요로 했으며, 가장 악랄한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를 모델로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이 완성되던 날, 그 사형수는 자신이 6년 전 예수의 모델이었다고 고백했으며, 다 빈치는 이에 대한 충격으로 이 작품 이후로 예수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다빈치 코드'에서 제기하고 있는 ‘성배’ 이야기이다. 시온 수도회 소속이었던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에 ‘성배’의 비밀을 그려 넣었다는 것. 작품 속 예수의 오른쪽 인물은 제자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다. 다른 인물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긴 머리, 흰 피부 등 여성적 용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옷은 색의 대조를 이루고 있어, 한 쌍임을 암시한다. 다빈치 코드는 분노하는 베드로의 모습에 대해서는 예수가 자신의 후계자로 마리아를 지명한 것에 대한 반발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그리고 전혀 다른 두 개의 이야기. 예수의 신성과 순결함, 가룟 유다의 사악함을 세밀히 그려내기 위해 모델을 찾아나서는 신앙인으로서의 다 빈치.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의 비밀을 암시하기 위해 교회에 도전하는 이단자로서의 다 빈치. 이렇게 사람들은 하나의 작품을 보고도 그를 다른 모습으로 바라본다. 그 것은 그가 그만큼 격동하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위대한 천재였기 때문이 아닐까.

조내연 기자 yiem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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