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 감독이 그러하듯이, 한 감독의 영화는 그 사람의 사상과 감성, 그 사람이 속한 문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번 여름 코아아트홀에 우리를 찾아 온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더욱 그러하다.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으로 일본 예능계를 잡고 있는 그 특유의 개그와 재치가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는 관객이 예상치도 못한 때에, 상상조차 못할 방법으로 총을 쏘고, 칼을 꺼낸다. 섬뜩할 정도로 잔인한 폭력과, 마주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굳게 다문 입. 가끔 비웃듯이 웃는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피를 흘리며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노는 다케시는 말 그대로 흉폭하다.

한 기자가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서 묻자 그는 ‘가족이란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이다.’ 라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사람간의 그 따스한 무언가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가족을 내다 버리고 싶다 표현한 것이 정말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듯, 야쿠자 형이 사람을 마구 죽이며 전쟁을 치르더라도 그는 영원한 Brother인 것이다. 건들거리는 한량 기쿠지로가 꼬마 아이의 부모를 찾기 위해 함께 여행을 다녀오듯이, 걸핏하면 욕을 하고 칼부림을 하는 남자들 이면에 끈끈한 무언가가 숨어있다.

서울 코아아트홀에서는 8월달 동안 기타노 다케시 특별전을 열어 기타노 다케시의 초기작품 3편을 상영했다. 성에 대해 우스꽝스럽게 묘사를 한 ‘모두 하고 있습니까’ 비트 다케시로 이름을 날렸던 걸죽한 입담을 영화에서도 재연한 것. 그 엉뚱한 상상력과 배짱 하나로 밀고 나가는 블랙코미디. 생각없이 도둑을 만들어내고, 기어코 파리인간까지 만들어내는 그의 발상은 평론가들의 평을 떠나 한번씩은 손뼉을 치게 만든다.

또 다른 작품은 서정적 감상의 절정이라 일컬어지는 ‘그 여름 가장 조용했던 바다’. 이는 농아 청년의 서핑을 조용하게 한편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작품. 카메라 안에서는 그의 영화에서 삶의 부조리 속에 살아가던 깡패들이 오키나와의 바다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 듯, 순수한 파도가 노닌다.

‘소나티네’, ‘하나비’, ‘브라더’ 등 특유의 잔인한 쓴웃음을 지으며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3-4x10월’. 이 작품은 시도 때도 없이 손가락을 잘라대는 그의 영화를 무작정 잔인하다 말 할 수 없는 이유가 생기는 그 출발점이다.

늘 착하게만 살수 없는 세상을 과장시켜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그 당돌함에 잠시 멈칫거릴 때가 있다. 일본 특유의 노골적인 문화에 여과 없이 보여주는 그의 영화는 때로는 자극하며, 때로는 도망가며 흉폭한 세상을 말한다. 그러나 이 사람 영화, 말하고 싶은 게 있나보다. 아무리 흉폭한 세상, 흉폭한 인생이라도 “바보, 우린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이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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