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구름이 푸른 하늘을 덮고 선 굵은 빗줄기를 쏟아 내리는 늦여름의 끝자락, 추수의 계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엔 두려움이 앞선다. 이번 가을에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까, 꿈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폭우를 바라보고 있자니 사람들의 마음은 뒤숭숭할 수밖에.

잠시 비가 그치고 하늘이 잠잠한 날, 이런 마음들을 추스르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탁 트인 영일만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 건너 편 넓게 펼쳐진 포스코(구 포항제철)의 웅장함이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 곳, 바로 포항 북구 환여동에 위치한 환호해맞이공원이다.

환호해맞이공원은 15만 6천여 평의 면적에 중앙공원과 물의 공원을 중심으로 해변공원, 체육공원, 전통놀이공원, 어린이공원 등 6개의 테마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6개의 공원들은 그 특색에 맞게 꾸며져 있으며, 사람들 역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원을 찾아간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자주 찾아가는 곳은 주공원인 중앙공원, 연인들의 장소인 물의 공원, 그리고 진정한 포항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해변공원이다.

중앙공원에는 어린이, 청장년, 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이 모이는 장소이다. 주변 동네와도 가깝게 위치해 있고, 주차장에서도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자주 찾아오는 곳이다. 시민들은 이 곳에서 영일만의 푸르른 바닷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환호의 녹음을 만끽한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이곳도 저녁이 되고 밤이 되면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가기 시작한다. 서서히 공원은 연인들의 장소가 되어간다. 연인들은 좀 더 조용한 곳을 찾아서, 아름다운 곳을 찾아서 물의 공원으로 향한다.

어두운 밤, 물의 공원에서는 낮의 화려했던 분수의 춤은 그치고, 조용하면서도 은은한 물의 세레나데가 펼쳐진다. 연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세레나데. 영일만은 고요히 원을 그리며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푸르른 나무들은 사랑의 속삭임을 연주한다. 포스코는 사랑의 정열에 불타는 듯 뜨거운 빛을 선사해 주고, 포항시내의 화려한 조명들은 이 노래를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연인들의 장소, 물의 공원의 반대편에는 해변공원이 있다. 아름다운 바다 건너에는 포항의 상징, 포스코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다. 밤에 찾아온다면 바다에 비친 포스코의 거대한 위용을 더욱 체감으로 느낄 수 있다. 푸르른 자연을 지나 바다를 삼켜버릴 듯한 붉은 공장들을 바라보고 그 전경에 감탄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그 붉은 공장이 바로 포항의 힘이기에 우린 감탄할 수 밖에.

이른 새벽. 시뻘건 태양이 영일만 아래에서 기지개를 피고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토록 붉게 타오르던 포스코의 빛도, 공원을 아름답게 밝혀주던 빛들도, 영일만을 붉게 물들이는 거대한 태양 앞에는 무색할 뿐. 어둠이 사라진 새 아침의 공원, 다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추수의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조내연 기자 yiem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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