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들 “내 실력에 불만족, 그러나 평소에는 글 잘 쓰지 않아…”

교수, 학우 모두 좋은 글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전달력 꼽아



대학 생활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학우들은 글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본지의 조사에서 우리학교 학우들의 33%(66명)는 글 쓰는 시간이 즐겁다고 답했지만, 글 쓰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는 응답도 31%(62명)나 돼 글쓰기에 대한 학우들의 선호가 매우 뚜렷하게 나뉘는 것으로 드러났다. (5월 12일~13일까지 오프라인 설문조사 198명 참여)

교수들이 본 학생들 글쓰기 실력, C+

이런 상황에서 우리학교 교수들은 학우들의 글쓰기 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지는 5월 12일부터 13일 이틀간 23명의 교수에게 시험 및 과제 등을 통해 접한 학생들의 평균적인 글쓰기 실력을 우리학교의 성적 산출과 같은 방식으로 평가해 달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이 결과 교수들이 매긴 점수의 평균은 2.75점으로 이는 C+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교수는 B학점과 C+학점 정도로 평가했는데, A학점 이상을 준 교수는 단 한 명도 없었던 반면 F학점을 준 교수도 있었다. 이러한 평가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의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글 전체적으로 논증이 보이지 않는 부실한 구조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문장구조 ▲한글맞춤법, 띄어쓰기 등과 같은 기초적인 문법 지식 부재 세 가지를 꼽았다. C+학점을 준 한 교수는 “몇몇 학생은 글 쓰는 훈련이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글쓰기 공부의 기초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글쓰기의 기본을 배워 본 적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한 설문에 응한 한 교수는 “깊이 있게 사고해서 어떤 의미와 방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열적이고 단순한 사실들을 모아놓은 글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우 44%,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불만족

본지는 학우들이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자신의 전공 관련 개념을 일반 대중에게 글로 잘 전달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는 학우들은 약 6%(12명),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학우들은 약 32%(63명)로 나타났다. 모두 약 38%(75명)의 학우들만이 자신의 전공 관련 글쓰기 수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 44%(88명)의 학우들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매우 만족한다는 학우는 약 3%(6명), 일반적으로 만족한다는 학우는 약 19%(38명)로 모두 22%(44명)의 학우들만이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만족했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한 학우는 “글을 쓰고 나서 보면 논리적인 흐름이 갖춰지지 못해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하다”라면서 “글을 논리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과제 외에는 글을 잘 쓰지 않아서 그런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학우들, 과제용 글쓰기에만 머무를 뿐

그러나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에 반해 학우들 스스로 이를 향상시키려는 행동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절반 이상의 학우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성실하게 강의와 관련된 서평 등의 리포트를 작성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약 43%(86명)의 학우들이 글을 쓰고 다시 주의 깊게 읽으면서 퇴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강의 과제와 상관없이 평소에 따로 글 쓰는 시간을 갖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 55%(108명)의 학우들이 그러한 시간을 갖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평소 일기를 쓴다고 답한 학우는 약 17%(33명)로 매우 적었고, 책이나 영화 등을 보고 나서 줄거리나 감상, 느낌 등을 기록하는 학우도 약 19%(37명)에 그쳤다. 한편 약 33%(66명)의 학우들만이 자신의 글쓰기와 관련하여 우리학교 교수를 비롯한 선배 등의 조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강의나 워크숍 등 우리학교 글쓰기 프로그램으로부터 글쓰기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학우들은 8%(16명)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절반이 훌쩍 넘는 78%(154명)의 학우들이 글쓰기와 관련해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좋은 글의 으뜸은 독자와의 소통 능력

학우들은 좋은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절반이 넘는 학우들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잘 전달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응답했다. 학우들의 대다수는 글쓴이와 독자의 소통을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설문에 응한 한 학우는 좋은 글이란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하며, 삶의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는 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우는 “글이란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써야 할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독자가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과정에서 글의 무게가 가벼워지거나 지나친 생각으로 의사전달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으로 많은 학우들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읽기 좋은 글 ▲흐름이 매끄럽고 논리정연한 글 ▲표현이 간결하고 명료한 글을 꼽았다. 이 외에도 진솔하고 진실한 글, 마음의 울림을 주는 글, 재미있는 글을 좋은 글이라고 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교수들의 응답은 약간 달랐다.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좋은 글로 꼽았다. 다만 좋은 글의 또 다른 중요한 요건으로 글의 논리 전개 구조를 지적해 학우들이 언급한 좋은 글의 요건들과 차이를 보였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학우들이 말하지 않았던 맞춤법 및 띄어쓰기 등의 문법적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들이 많았다. 인문사회계열의 한 교수는 “좋은 글은 우선 당연히 좋은 내용, 좋은 생각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문법적으로 정확하고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글, 따라서 누구든지 한번 읽으면 그 의미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했다.

장미쁨 기자 jangmp@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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