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표절도 아너코드 위반, 정직성 문제


표절과 관련된 학습윤리를 가르치는 데 강의 중 1시간을 할애하는 글로벌리더십학부 손화철 교수.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노력해 바람직한 연구문화를 이루어내자는 연구윤리정보센터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손 교수를 만나 리포트 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리포트 표절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은 어떤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 학기 학생들의 리포트에서 표절을 적발하곤 한다. 학생들은 리포트 표절이 적발된 경우에 퇴학은 커녕 교수가 그 과목에 F를 주는 것조차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 한 학생이 특정 과제에서 표절행위를 저질렀는데 당시 내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해당 과제에만 0점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시험 부정행위는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리포트 표절은 한동명예제도(이하 아너코드)와 잘 연결시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Q 리포트 표절과 같은 대학생의 학습윤리를 강의에서 따로 가르치는 이유는?

표절로 인한 교수와 학생 간의 ‘불신의 사이클’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교수가 학생들의 표절을 의식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학생의 글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또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교수가 학생의 글을 믿지 못하게 되고, 표절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다른 학생들도 표절을 시도하게 된다. 결국 교수와 학생은 이 ‘불신의 사이클’ 때문에 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논문을 표절했지만 요새는 인터넷에서 리포트를 사고 판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타 대학들에 비해 정직하다고 알려져 있고, 나 역시 그렇게 믿었기에 학생들의 리포트 표절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Q 상대적으로 리포트 표절이 쉬운 분위기 탓에 ‘표절하지 않는 것이 손해 같다’고 생각하는 학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교수들이 자신들의 리포트를 반드시 모두 읽는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교수들은 리포트의 멋있거나 그럴듯한 어구보다는 전반적인 글의 맥락과 표현을 통해 학생의 생각이나 사고를 평가한다. 인터넷 때문에 리포트 표절이 쉬워졌지만, 같은 이유로 표절을 눈치채는 일도 쉽다. 의심스러운 몇 구절을 인터넷 검색엔진에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인터넷 리포트 관련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Q 리포트 표절, 해결 방법은?

이것은 인간의 선악과 관련된 문제이기보다는 학습 윤리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학교는 아너코드를 시행하고 있다. 표절 문제는 시험 부정행위와 함께 ‘한동인은 모든 말과 글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한동인은 학업과 생활에서 정직하고 성실하다’는 우리학교의 아너코드에 이미 명시됐다. 시험 중 다른 사람의 답을 베끼지 않는 것은 이미 우리학교의 문화로 정착했다. 인터넷에서 ‘복사 & 붙여넣기’하는 것은 명백한 아너코드 위반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리포트를 참고용으로 주는 일이 시험 부정행위처럼 어색한 일이 돼야 한다. 표절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보다 표절이 없는 문화를 어떻게 형성하고 이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Q 리포트 표절을 피하기 위해 주의할 점은?

참고 문헌에서 좋은 표현이나 구절을 그대로 가져다 쓰려면 큰따옴표 표시를 하거나 본문 안쪽에 들여 써서 읽는 이가 인용된 부분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옮기는 도중 몇 구절을 자신의 표현으로 바꾼다 해도, 중심내용이 같으면 반드시 인용표시를 해야 한다. 인용할 때에는 해당 자료의 출처(글의 제목, 연구자, 학회지 또는 책의 제목, 쪽수 등)를 표기해야 한다. 다양한 출처표기 양식이 있지만 어떤 방식을 따르든지 일관성 있게 적용하면 된다. 물론 전공에 따라, 교수에 따라, 과제에 따라 표절의 정의가 미묘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 행위가 표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면 반드시 교수와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의 독후감처럼 저자와 출처가 불분명한 글은 내용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아예 참고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와 상의해 신뢰할만한 논문이나 도서 등의 문헌들을 참고할 것을 권한다.

정리 장미쁨 기자 jangmp@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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