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과 세족식, 한스트의 감동 속으로


한스트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잠을 충분히 못 잤는지 연신 하품을 하는 새내기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아침을 먹으며 오늘 있을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금새 기대에 찬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수학시험을 친 후 드디어 한스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천로역정이 시작됐다.

새내기들은 전원 편한 옷차림을 하고 천로역정을 시작했다. 산책하듯 걷기 시작한 새내기들은 정해진 장소에 도착해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단체 림보를 하는 코스에서 새내기들은 발이 묶인 친구를 배려하고 서로 도와가며 조심조심 줄 아래를 지나간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줄을 통과하자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며 기뻐한다.

다음 장소에는 큰 구덩이와 널빤지가 놓여져 있다. 널빤지는 구덩이보다 짧아 그냥은 건널 수가 없다. 새내기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 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 순간 한 친구가 다른 팀에도 널빤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함께 협력하여 두 개의 널빤지를 이용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래도 길이가 부족한 널판지 두 개를 어떻게 이을지 서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나서며 자신이 밑에서 바치겠다고 자진해 진흙 구덩이로 들어가 널판지를 바친다. 모두가 어떻게 할 지 몰라 우물쭈물하다 결국 한 두 명씩 건너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든 새내기들이 건너자 구덩이 아래서 받치고 있던 새내기가 일어나 진흙으로 엉망이 된 옷을 털며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다들 그 새내기에게 “괜찮아? 힘들었을텐데 정말 고생했어”, “고마워 덕분에 우리가 해낼 수 있었어”라는 위로의 말과 함께 손을 잡고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 새내기는 이내 쑥스러운지 별거 아니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이로써 천로역정의 분위기는 한껏 훈훈해진다. 그 새내기는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다른 팀원들을 섬길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는 방법과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을 배우며 아직까지 어색했던 새내기들은 조금씩 마음을 터 놓게 된다.

마지막 코스에서 기념으로 발자국을 찍으며 자연스레 신발을 벗은 새내기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채플 별관으로 향했다. 채플 입구에 도착한 새내기들은 이제 또 무엇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채 다음 진행을 기다리고 있다. 곧이어 영문도 모르고 어두운 방안을 들어가자 희미한 촛불들 속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도우미들의 모습이 보인다. 순간 ‘형제의 모습속에 보이는 하나님 형상 아름다워라’라는 노래를 부르며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도우미들. 새내기들이 놀란 채로 머뭇거리고 있자 도우미들은 따뜻한 미소로 반기며 새내기들을 각자의 자리로 안내한다. 도우미는 따뜻한 물로 채워진 세숫대야에 진흙으로 더러워진 새내기의 발을 담근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별다른 말 없이 정성스럽게 묵묵히 발을 씻기자 그 모습을 바라보는 새내기들의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에 감동이 묻어 나온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쑥스러워하는 새내기도 있고, 감동받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는 새내기도 있다. 백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도우미들의 손길을 느끼는 순간 새내기들은 한동 선배들의 따스한 마음과 진정한 섬김을 느끼는 듯 하다. 그렇게 고요한 침묵 속에 세족식이 끝나자 도우미들은 조용히 새내기들에게 기도 제목을 물어본다. 그 자리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해주는가 하면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해주기도 한다.

기도가 끝나고 새내기들은 도우미들에게 감사의 말, 그리고 말로는 미처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남기며 채플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 천로역정과 세족식을 통해 새내기들이 배운 협력의 자세, 그리고 도우미들이 보여준 진정한 섬김의 자세는 이제 한동공동체로 함께 살아갈 새내기들에게 튼튼한 기반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손나비 기자 sonnb@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