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당찬 학우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새터민들이다. 새터민 정은희(법 06, 이하 정), 김현희(경영경제 08, 이하 김), 신모란(상담사회 08, 이하 신)학우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갔다.

Q. 한동의 분위기와 삶은 어떤가?

김: 너무나도 따뜻하다. 진심이든 빈말이든 누구나 도와주려 하는 분위기가 좋다. 신앙적으로 모두들 하나님을 갈망하는 마음들이 있어 나도 이 곳에서 하나님과 교류하며 잘 지내고 있다.

정: 다른 대학들은 신앙적으로 현혹되는 것들이 많은데, 한동은 신앙과 학문의 균형을 이뤄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좋은 곳인 듯하다.

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Q. 북한과의 문화적 차이로 겪었던 일이 있다면?

정: 언어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낀다. 북한은 순수 우리말을 쓰는데, 한국은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쓴다. 처음 와서 ‘요새 스트레스가 심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말 자체를 못 알아들으니 소외감이 들고 눈치를 보게 될 때도 있다.

신: 교회의 아는 언니가 쌍꺼풀 수술을 받고 살을 빼서 왔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걱정하는 마음에 “언니, 왜 얼굴이 이렇게 못 쓰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야위어 보인다’는 뜻이었는데, 언니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져 무슨 잘못을 했나 혼자 계속 걱정했었다.

김: ‘북중모’ 후배가 아크릴 홍보물을 식당 테이블마다 놔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아크릴이 뭔지 몰라 당황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는 교과서에 한자가 너무 많아 힘들기도 했다.

Q. 새터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학교 차원의 지원은?

김: 영어가 가장 힘들었다. 나는 북한에서 13살까지만 학교를 다니고, 중국으로 건너가 계속 일을 하다 24살에 한국에 왔다. 대부분의 탈북자들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줘서 입학 전 한 두 달 정도 따로 영어 교육을 해 주면 좋겠다.

정: 영어 과목을 한국어 과목으로 대체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예로 영어와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우리에게 영어교재로 진행되는 정보처리개론 과목은 너무나도 힘들다. 컴퓨터에 대한 기본 교육도 어느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

Q. 실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정: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을 의심하는 분들도 있다. 남한과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라 그런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심하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들은 거의 진실이라 보면 된다.

신: 솔직히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너무 배가 고파 차라리 중국에 가서 배라도 채우고자 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한국에 올 목적으로 탈북하지는 않는다.

김: 정말 그렇다. 앉아서 굶어 죽느냐, 가다 총에 맞아 죽느냐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다. 또한 종교를 들키면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전도는 물론이고 일반 주민들이 하나님을 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 북한은 사상교육을 많이 시킨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은 접하기 힘들고 인터넷도 없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전혀 모른다. ‘그렇게 못 살면서 왜 그 사상을 받아들이냐’는 것은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한 공간에 넣고 계속해서 사상을 주입시키면 인간은 세뇌될 수밖에 없다. ‘봉쇄와 가난’이 북한의 실생활이다.

Q. 졸업 후의 비전이나 꿈은?

김: 경영과 상담을 전공하고 있다. 록펠러 관련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또한 중국에서 살 때, 아픈 상처를 가진 탈북 여성들을 많이 봤다. 그런 여성들이 한국에 왔을 때 그들을 위한 상담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신: 또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내가 남한사람인지 북한사람인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컸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할 북한 아동들을 위해 아동 복지 쪽에서 일하면서, 통일이 다가올 때 남북의 중개 역할을 하고 싶다.

정: 한국법과 UIL을 전공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법개정이 필요할 텐데 사실 북한법은 악법이다. 북한의 상황을 잘 아니까 법 개정 때 조금이나마 거들고 싶다. 더 크게는 북한뿐 아니라 아직 인권이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은 나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Q. 한동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단체나 동아리이름에 약자를 많이 쓴다. 특히나 북한을 위한 단체들은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약자보다는 순 우리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말들을 쉽게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우리야 익숙해 졌지만 앞으로 올 새터민들이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 처음에는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온몸으로 축복해 주는 듯 하지만 곧 끝나고 무관심해지곤 한다.

정: 우리와의 관계는 통일을 위한 가장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말로는 북한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는 전혀 느낄 수 없을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남북한을 떠나 서로가 진정한 친구가 되어 연합해 나갔으면 좋겠다.

정윤아 기자 chungya@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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