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장애 체험의 현장 속으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부상 또는 지체장애로 인해 학교 내 이동에 불편함을 겪는 학우들이 있다. 그들이 겪는 불편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우리학교 여러 곳을 다녀보았다.

휠체어 타고 한동 한 바퀴

일일 체험의 시작은 학관에서 시작됐다. 바퀴를 굴리는 것이 점점 익숙해져 갈 무렵 자대 현관의 계단 밑에 도착했다.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출입구를 찾던 도중 지나가던 한 학우가 휠체어를 계단 위로 올려주었다.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자대 현관을 지나다 보니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경사로 출입구가 보였다. 하지만 내려가다 그만 ‘쿵’하며 앞으로 넘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경사로와 도로 사이에 ‘턱’이 보인다. 다시 그 경사로를 통해 자대에 들어가려 노력 했지만 휠체어 바퀴가 턱에 걸려 꿈적도 하지 않았다.

유명무실한 자대 경사로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효암채플로 향했다. 얼마 전 설치된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 했으나 단 3초에 불과한 엘리베이터 개폐시간은 휠체어로 이동하는 데 그리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었다. 또한 효암별관 2층 장애인용 화장실은 시설은 양호했으나 화장실 출입구 바로 앞에 가파른 계단이 있어 휠체어 사용자의 안전이 우려된다.

게다가 3층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보이는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3층까지 설치해 놓은 수고가 무색하다.

휠체어의 방향을 돌려 도서관의 학술정보관을 방문했다. 책장 사이 간격은 휠체어가 이동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도서관 열람실의 책상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바깥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 의자에 앉아야 했다. 또한 도서관 2,3,4층의 화장실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은 휠체어의 이동을 방해한다.

제1.2공대, 언어교육원 등은 경사로 시설이 잘 돼있어 1층에 들어서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대개 건물 사이를 이동할 때, 주위 학우들의 도움 없인 지나 갈수 없는 지형(가파른 오르막길, 통로에 놓여진 잡동사니)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지체장애학우 이동 시 ‘불편’ 예상

학교 곳곳을 누비며 가장 크게 느꼈던 불편은 대부분 건물의 2층 이상에는 접근하기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학교 건물들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 된 곳은 효암채플, 도서관, 은혜관 단 세 곳이다. 주로 강의가 열리는 자대와 공대엔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돼있어 지체장애학우의 이동권이 침해되는 실정. 이외에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곳곳에 장애인 복지시설의 결점들이 드러났다.

발목 부상 때문에 2달 째 휠체어를 타고 학교 생활중인 김연정(GLS 09) 학우는 “우리학교 재정의 취약함과 관련한 시설 미비가 이해되지만 자대와 공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 있지 않아 수업 참여가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며 이동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시설과 장인규 계장은 “공사중인 인터네셔널홀엔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며 본관과 제1공대의 엘리베이터 설치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도서관 화장실로의 휠체어 이동이 어려운 것 등에 대해서는 “검토 후 후생과와 협력하여 조정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시설과는 지난 학기 한 지체장애학우의 이동경로를 검토 후 그에 따라 도보의 턱을 낮추는 등, 당시 상황에 따라 학교에 재학중인 장애학우의 편의를 증진코자 했으며 앞으로도 조금씩 보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유장춘 교수는 “학교 당국은 1주일에 한번 밖에 가지 않는 채플에 엘리베이터를 설치 할 바엔 차라리 하루에도 2, 3번씩 드나들어야 하는 자대나 공대에 설치했어야 했다”고 전하며 우리학교의 장애학우 이동권 현실에 문제제기 했다. 또한 “하나님의 대학이라면 약자를 배려하는 하나님의 성품과 성경적인 교훈의 진리 위에 토대를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교수는 “장애인 시설 증진 논의 때 마다 전체 학생 중 장애학우는 극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예산배정은 비효율적이라는 숫자논리가 항상 거론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가족 중 휠체어를 타는 구성원이 있다면, 집을 지을 때 그 한 구성원을 위해 설계구조전체를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건강한 가족의 선택이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성연태 기자 sungyt@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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