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교수회를 둔다 (한동대학교 학칙 17장 68조)”, “교수회는 총장이 소집하고 (70조)”.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동에선 총장이 교수회를 소집한 적이 없다. 그 동안 학사에 관한 중요사항들이 없었을리 없다. 그 전에 간혹 교수회의가 열린 적이 있었으나 학칙대로 학교의 중요한 일들을 심의하기 보다는 총장의 생각과 결정을 통보받고 설득받는 모임이었던 기억이 더 많다. 우리의 영문이름이 Handong University에서 Handong Global University로 바뀐 것은 한동에서 보편화되어 버린 개인에 의한 의사결정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Global 이란 단어를 넣으니 학교설명이 잘 됩디다”라는 총장의 말 한마디로 우리의 이름은 바뀌어버렸다.

열사람의 지혜가 한사람의 지혜보다 낫고 독재보다 민주주주의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은 상식인데 그 평범한 상식이 한동에서는 왜 그리 어려운 과제인지. 비민주적 의사결정이 왜 나쁜가를 입증해야 한다면 한동은 대학도 아니므로 한동에서 관측된 세 가지 이유만 더 첨언하자. 첫째, 독단은 열정에 넘쳤던 교수들의 자발적 참여 인센티브를 떨어뜨린다. 대학의 비민주적 행정에 실망하고 무기력하여 그 열정을 접은 교수들이 늘어남은 우리 한동의 커다란 손실이다. 한동을 발전시킬 가장 소중한 군사들은 교수들이기 때문이다. 능력있는 교수들의 학교에 대한 사랑을 접게 만드는 독단은 한동의 발전을 방해한다. 둘째, 비민주적 의사결정은 각 실무부서들의 행정수준을 떨어뜨린다. 모든 중요한 결정을 총장이 한다면 각 부처는 자신의 일을 소신과 책임을 가지고 처리할 기회와 이유를 갖지 못한다. 학교의 중요한 기획안들을 책임지고 처리해본 적이 없는 기획처에는 한동의 미래를 그릴 능력이 쌓일 수 없다. 교무처 직원들이 학사의 전문가가 될 기회와 의욕을 잃었다면 이는 분명 한동의 손해다. 한동이 10년인데 아직도 행정이 불만스럽다면 그 원인은 리더들의 독단에 있다. 셋째, 비민주적 의사결정은 구성원을 편가른다. 어떤 조직이든지 리더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구성원을 편가르는 일이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독재는 아부꾼들과 양심범들을 만들어 서로 싸우고 편가르게 만든다. 역사가 이를 입증했으며 한동의 지난 10년 역시 이 단순한 진리를 잘 입증했다.

상식을 입증함에는 심오한 논리가 필요없다. 아직도 한동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대학이란 이름이 부끄럽다. 하나님이 아닌 인간에 의한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 어떤 곳보다 자유와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할 대학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학다운 한동을 만들기 위해 역시 상식에 속하는 두 가지 제안을 해야겠다. 첫째, 교무처와 기획처의 장, 그리고 교무위원과 인사위원들은 전체교수들의 추천에 의해 선발하자. 학교의 정책이 총장의 개인적 견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의결과정을 통해 결정되도록 할 책임은 교무위원들에게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의 리더들은 각 실무부처의 책임자로서 그리고 우리 대학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교무회의 위원으로서 이러한 독립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총장을 위한 리더들이 아닌 한동을 위한 리더들을 세우는 것은 한동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총장을 포함한 모든 리더들은 우리가 스스로 세운 질서와 전통을 준수함을 약속하고 실제로 지켜야 한다. 한동에는 우리가 스스로 세운 질서들이 있다. 총장의 말 한마디로 결정된 많은 학사제도들은 우리가 스스로 세운 질서인 각 학부들과 교무처를 무시함이다. 한동의 미래가 총장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이는 우리가 세운 기획처라는 질서를 스스로 무시한 일이다. 구성원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일이라면 학칙대로 교수회의를 통해 심의한 후 학칙대로 교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질서에 더해 한동의 아름다운 전통을 지키려면 교수, 직원,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형편과 처지를 헤아리는 공동체 질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리더들이 필요하다. 총장을 포함한 리더들이 우리가 스스로 세운 질서와 전통을 지키지 않는다면 한동엔 교육은 없다.

大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곳이다. 인간과 학문에의 자유와 열정은 대학의 본질이다. 자유와 진리 수호를 생명으로 여기는 학자들과 순수한 젊은이들은 우리의 한동을 대학답게 만들 책임을 가진 자들이다. 한동은 小學이 아니라 大學이다. 대학이란 어떠한 독단과 강요도 용납될 수 없는 곳이다. 大學은 마음이 큰 곳이다.

김재홍 교수 (경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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