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넷 우승, 그 감동의 순간 속으로

“천마지 범람! 캡션과 회나무 가동.” 올 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메기도 아닌 토익넷 대학리그전이 우리대학 캠퍼스 옆 호수인 천마지를 여러 번 범람하게 만들었다. 천마지 범람은 상대팀과의 점수격차가 역전 위험 한도 이내로 좁혀졌을 때, 캡션과 회나무는 야식집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밤을 새가며 점수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발령된 작전명이었다. 학우들의 이러한 기발한 착상과 작전 아래 하나로 뭉치는 단결력은 우리학교가 토익넷 초대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밑바탕이 되었다.

8강을 놓고 겨뤘던 ‘동양대전’으로 인해 밤낮으로 계속되는 몇 백 점 차의 줄다리기에서 우리학교의 작전과 단결력은 가장 빛을 발했다. 러쉬타임(rush time)을 정하여 역전과 격차 벌리기의 발판을 삼았고, 한동 인트라넷 아이투(i2)에 밤시간 참가자의 출석체크를 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밤시간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상대팀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또한 박혜경 교수(국제어문학부) 등 교수진의 격려와 참여 촉구가 참가자들의 손놀림에 힘을 실어 주었으며 마침내 우리학교는 동양의 다윗을 상대로 2,500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토익넷 대학리그전 종료 하루 전인 21일 만난 우리대학 김영길 총장은 “세상을 바꾸는 힘은 실력과 정직이다. 한동대는 개교 초기부터 컴퓨터와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영어실력의 객관적 잣대가 될 토익넷에서 우리 학생들이 선전해 주어 기쁘다”며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정직하게 실력 발휘하면 된다. 우리 학생들이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으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비추어져 또한 감사하다”고 했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한동대 참가자들의 매너와 단합하는 모습에 타 학교 학생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게시판의 악의성 답 글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관용을 베푸는 성숙함을 보였고, 우리학교와의 대 혈전 끝에 석패한 동양대 참가자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건네며 함께 승리했음을 선언했다.

대회기간 동안 몇 가지 문제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9대 ‘무릎꿇는총학’의 이름으로 대회 기간 동안 5번 가량 보내진 토익넷 관련 전교생 단체 문자는 스팸 문자 논란을 겪으며 일부 학우들의 항의를 빚어냈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 알림 문자의 존폐와 실효성을 두고 아이투(i2) 상에서 약간의 토론양상이 보여졌으며, 문자를 원치 않는 학우들을 사전 조사하여 보내지 않는 등의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또한 파트1, 2 등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파트만 골라 게임을 하여 승점을 올리는 모습이 우리대학 참가자들을 비롯해 토익넷 참가자들에게 종종 발견되어 실질적인 토익공부 보다는 모교의 승점 올리기에 치중하는 양상을 띠었다. 토익넷 주최측의 운영상 문제도 지적되었다. 몇몇 조가 몇 백 점, 심지어 몇 십 점 차의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고 있던 4라운드의 종료 40여분을 앞두고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 어이없는 상황 속에, 줄곧 최선을 다해 참여하던 학생들은 모교의 탈락을 지켜보며 개운치 못하게 물러나야 했다. 대회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이러한 서버 불안정 문제는 2회 대회부터는 개선되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토익넷 우승이라는 푯대 아래, 우리학교 전체 재학생의 약80%에 이르는 2400여명이 함께 하여 실로 놀라운 참여도를 보였고, 결국 우승함으로써 1000만원의 상금도 거머쥐었다. “우리도 단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우승보다 값진 수확이다”며 “애교심이 고취되고, 수많은 토익문제를 풀면서 토익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토익넷이 준 선물”이라고 취업정보실의 아이투(i2) 계정 ‘마징가’ 김성준 학우(99학번 전산전자학부)는 밝혔다. 이 밖에 이번 우승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학교 홍보와 학교 이미지 상승 효과가 예상되었으며, 실제로 언론매체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우리는 누구처럼 목숨 걸고 안하고 즐기기만 했다. 이 랭킹은 게임 랭킹일 뿐이다.’ 라며 8강에서 고배를 마신 K대학 한 참가자는 말했다. 물론, 토익넷 랭킹이 대학별 학업성취도를 가늠하는 절대적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학교 참가자들은 더 높은 서열에 자리매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열정과 끈기를 시험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한동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루었다.

문설아 기자 gatsby08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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