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신문의 국장으로 서게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 임기 마지막 맑은 눈을 쓰고 있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한 것 같습니다. 계절도 벌써 수확을 마치고 한 해를 되짚어 보는 시기가 왔습니다. 여러분의 한 해는 어떠셨습니까.

제 개인적으론 리더라는 자리에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많은 실험을 해보았던 한 해였습니다. 한동신문 역시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만, 좀 더 내실 있는 기사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나름대로 올해 한동을 정리해봅니다. 학생정치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해였고, ‘누리사업 탈락’의 아픔이 있었으며, 학생 생활부문에서 새로운 제도들이 공표됨에 따라 기숙사 생활, 팀 모임 등 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한 해였습니다. 또한 ‘10주년’ 이라는 이름아래 한동의 역사를 뒤돌아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쯤에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박노해 시집《겨울이 꽃핀다》에 실린 시 '경계'(全文)에서-

한동의 과거는 화려합니다. 신생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바로 그 선배들의 화려한 업적 ‘취업 100%’. 여전히 한동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학교는 아니지만 ‘아는 사람’에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바로 그 이유. 한동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동은, 바로 저 위의 시처럼, 과거의 자양분을 팔아 현재를 근근이 살아오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습관처럼 화려한 과거를 이야기하는데 익숙하니까요.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이 문장도 마음에 걸립니다. 한동의 넉넉하지 못한 재정상황, 부족한 교수 숫자, 장서 수. 열거하면 꽤나 많겠지만, 이 문제들은 한동이 발전해 가는데 분명히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정말 우려가 되는 점은 가난이란 것에 익숙해져 필요한 것에도 인색함을 보일 때, 아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난’이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익숙해져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0주년’입니다. 제가 올해 제 손으로 이 단어를 몇 번이나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행해진 10주년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미래를 이야기 한 것 보다 과거를 돌이킨 비중이 더 많았다는 걸 느끼십니까? 이젠 ‘팔아 치울 과거’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도병욱 편집국장 do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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