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아침을 여는 죽도 어시장 풍경

죽도시장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한동대 학생으로서 포항에서 누릴 수 있는 큰 특권 중 하나이다. 한 번도 죽도시장에 가보지 못한 이가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죽도시장의 이 곳만은 꼭 다녀오길 바란다. 동해안 최대 규모의 상설 재래시장으로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죽도시장 안, 유난히 동빈 내항 부둣가와 가까워 짠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 곳, 바로 죽도 어시장이다.

죽도시장의 보물, 죽도 어시장
죽도시장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산물 어판장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크고 번듯한 외관을 지닌 횟집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 거리를 지나쳐서 왼쪽으로 더 가야 본격적인 수산물 시장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먼저 수산물 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고무 통에 담긴 물고기들을 팔면서 동시에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가득한 활어회 시장이 보인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앞치마를 매고 고무장갑을 낀 아주머니들이 손으로는 열심히 해산물을 손질하면서 “여기로 오소, 잘 해줄게” 라며 투박한 사투리로 가는 걸음을 붙잡는다.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가다 보면 풍성한 볼거리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부위별로 진열된 고래 고기부터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문어, 막 잡아 올린 듯한 짭조름한 미역, 그리고 갖가지 신선한 물고기들이 큰 대야에 담겨 팔딱거리는 모습이 마치 싱싱한 바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온 듯 하다. 양 갈래의 길에 맞닥뜨리면 왼쪽 골목으로는 각종 간식을 사러 들를 만한 건어물 시장이, 오른쪽으로 가면 어시장의 진풍경을 볼 수 있는 소, 도매 경매 시장이 펼쳐진다.

싱싱함을 싸게 파는 장, 새벽 경매
새벽 6시, 이른 아침 시간, 어시장은 ‘분주함’으로 진풍경을 이룬다. 이 분주함의 원인은 바로 매일 아침 새벽 5~6시 무렵에 시작되는 경매 시장.
이미 경매가 한창인 경매장으로 들어서니 전국 각지에서 온 중매인들이 각각 번호표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경매 중인 대구가 쌓여있는 곳 앞에 모여들고, 해산물 별로 차례차례 경매를 도는 수협 경매인 아저씨는 앞에서 종을 흔들며 열심히 가격을 흥정한다. 중매인들이 외투로 바리케이드를 친 채 손가락으로 값을 표시하면, 경매인은 눈치껏 빠르게 물건을 낙찰시킨다. 좋은 해산물을 싸게 사기 위해 일찌감치 나온 젊은 주부나, 잠이 덜 깬 아들을 데리고 시장을 보러 온 아저씨도 어느덧 이 생동감 넘치는 경매현장에 동참한다. 구경하는 사람이야 재미있다마는, 중매인들의 표정은 심상치가 않다. 오늘 잘 건지셨냐는 질문에 한 아저씨는 “오늘은 너무 비싸. 물건도 얼마 없고”라며 씁쓸한 표정을 남긴다.
앞에서 아저씨들이 경매에 붙는 동안 뒤에서 아주머니들은 바가지도 긁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깔깔 박장대소를 터뜨리기도 하며 추위를 녹인다. 무심한 바닷바람으로 벌개진 얼굴에 이렇게 웃음꽃이 피면, 지난 새벽 눈꺼풀을 감기게 하던 피로도 씻은듯이 없어진다. 바닷가의 삶을 엿보는 순간이다.

가기 전에 알고 가세요
원래 죽도시장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가 영업시간이지만, 겨울에는 조금 더 일찍 서둘러 장사를 접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횟집들이 24시간 운영을 하니, 요기를 해결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현지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일반버스 101~103,106,108,109번이나, 좌석버스 200, 200-1, 300, 500, 550번을 이용할 수 있다.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일요일마다 쉬는 죽도 시장 내의 다른 시장들과는 달리, 죽도 어시장은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 휴무이므로 이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바다의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이 묻어나는 죽도 어시장의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서두르자. 오전 수업이 없는 날 새벽 어시장에서 바다 내음에 흠뻑 몸을 적신 후, 한 손에는 뜨끈한 오뎅 국물 한 컵에, 한 손에는 건강 간식으로 말린 쥐포나 다시마 따위를 한 봉지 사 들고 돌아온다면, 이미 겨울 바다는 당신의 것일 것이다.

박예은 기자 parkye@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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