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굳어져가는 동거
잘못된 결혼관 형성, 책임문제 등 문제점 우려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동거’
케이블 채널 Comedy TV에서 방영중인 ‘애완남 키우키?나는 펫’은 능력 있는 여성과 건장한 청년이 주인과 애완동물로 만나 동거하는 모습을 그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남녀의 동거를 거리낌없이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남녀의 관계를 주인과 애완동물로 여긴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의 여지와 함께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03년에 혼전동거를 소재로 방영되어 사회적 논란을 빚었던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경우와 비슷하다. 당시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동거의 모습으로 인해 인터넷 동거사이트의 인기가 급등하고 동거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게 일기도 했었다.
미디어가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새 동거가 크게 늘어나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달라진 동거에 관한 인식
과거 우리사회에서의 혼전동거는 동성동본, 경제적인 어려움, 부모의 반대 등으로 인해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가 중심에서 보여지고 있는 동거의 형태는 생계비 절약, 외로움 타계, 성적욕구 충족 등을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동거가 나타나고 있다.
동거가 꼭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개념도 없어졌고 대학주변이나 인터넷상으로 조건에 맞는 동거 파트너를 구하는 사이트들도 성행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동거 주선 사이트만 2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또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동거 관련 카페가 3백여 개나 된다. 이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과거에 생각했던 동거의 인식과 개념이 달라졌다는 것을 현실로 보게 되는 것이다.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2003년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수도권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동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59%가 혼전 동거에 대해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거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대부분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9일부터 18일까지 10일간 대학생 남녀 3060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천국(www.alba.co.kr)에서 대학생들의 성 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동거에 대해 전체 57%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사회적으로 금기 시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동거’라는 단어는 사회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문제이며 어느 정도 흔한 단어가 되었음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동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동거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동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도 많다. 동거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를 조장할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가족형태를 만들어 미혼모가정 등 전통적인 가족형태를 허무는 한가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일영 학부모는 “동거는 하나의 행동이 아니라 결혼의 연장선에서도 바라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동거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결혼 역시 가볍게 여기며 부부관계를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즘 학생들의 동거에 관한 인식에 대해 우려의 빛을 보였다. 또한 현숙희 학부모는 “동거라는 것은 부모의 허락 없이 둘만의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경우,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라며 동거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현정 기자 kimh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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