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현 학우 ‘한동택시’ 체험기

“어디 가십니까? 같은 방향이면 태워드릴까요?”

운전석 창문을 반쯤 내리며 한동택시의 주인공 주재현 학우(생명식품 03)가 말을 건넨다. 마침 버스를 놓쳐 곤란하던 참. 반가운 그의 제의에 조심스레 차에 올라탄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그 노랫소리에 맞춰 주재현 학우의 안내 멘트가 시작된다.

“명예로운 한동인 여러분, 지금 여러분께서는 xx자동차에 동승하고 계십니다. Ladies and gentle men~”
“앞 좌석이든 뒷 좌석이든 앉은 대로 안전 띠를 매 주십시오.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자신은 물론이며 타인에게까지 치명타를 입힐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마치 고속버스에 탔을 때에나 나올 법한 안내멘트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주재현 학우는 한국어와 영어로 설명하며 자신의 안전띠로 시범까지 보인다.

“앞 좌석과 뒷 자석에는 휴대전화 충전기가 각각 한대씩 탑재되어 있으며, 뒷 유리창 선반과 조수석 출입문 쪽에는 구급약이 상비되어 있습니다.”

계속되는 안내 멘트에 신기하듯 차 내부를 둘러본다. 앞 좌석과 뒷 좌석 사이에 보이는 각종 충전기. 갖가지 구급약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뒷 유리창 선반. 뒷 좌석, 귀여운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썬크림과 정전기 방지제까지. 마치 작은 방 하나를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왜 이런 것들을 차 안에 준비해 놓느냐는 물음에 주재현 학우는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냥 내 차에 타는 동안은 누구든지 편안하게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라며 밝은 웃음을 보인다.

안내 방송이 끝나자 이어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주재현 학우는 차에 탑승한 학우들을 위해 매주 음악을 직접 선곡해 들려준다고 한다. 오늘 흘러나온 첫 번째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봄의 왈츠’. 라디오 방송마냥 음악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처음 만난 사람과의 어색함을 없애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2003년 1학기 편입과 동시에 히치하이킹을 시작한 주재현 학우는 지금까지도 버스시간표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학생들의 수요가 많을 시간대에 종종 활동한다. 어떻게 히치하이킹을 시작하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학교가 워낙 외지이다보니 나가면서 학생들을 태워가는 것이 자연스러워 시작하게 됐다”고.

이렇게 신나게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창 밖으로 시내 건물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목적지에 달해 작별인사를 건네자 “학생들을 태울 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멀어져 가는 차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채지혜 기자 chaejh@hgupress.com, 이성림 기자 leesl@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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