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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친 것이다시 돌아보니 때때로 틀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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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리 사진기자
2018.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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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어렸을 적 다리에 힘이 자주 풀리는 나는 부모님의 등에 왕왕 업혀 집에 돌아가곤 했다. 그때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야속했고, 동네 친구들에게 부모님께 업히는 모습을 보이는 부끄러움에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부끄럽다. 스무 번하고도 한 손만큼의 겨울을 보내고 봄을 준비하는 지금 나는 아직도 다리에 힘이 없다. 여전히 스스로 사색하지 못하는 무늬만 대학생인 나는 여전히 성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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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준 사진기자
2018.03.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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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저 지나가는 한 해가 되지 않기를끝을 보고 달려가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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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리 사진기자
2018.03.1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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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길눈에 담은 것들에 대한 고찰이 동반되길고찰엔 행동이 따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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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준 사진기자
2018.02.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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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보일러.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된 편의점 음식.추위를 견디기 위해 이불 위로 덮은 옷가지.차가운 현실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선을 그었고.나만의 섬이 됐다.“아직은 위험해 아직은 위험해”라고 읊조리며.매일 아침 거짓말같이 차가운 햇살이 날 비췄고나는 또다시 위험하다는 말을 읊조리며 나만의 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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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준 사진기자
2017.12.0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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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내 시절에너를 만난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고,너를 통해 우리라는 의미에 대해 알 수 있었다.무엇보다 지독한 하루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수 있어,또 너에게 평범한 일상을 선물할 수 있어 감사했다.앞으로 너의 시절에 우리의 시간이 큰 힘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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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준 사진기자
2017.11.0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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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뜨겁길 바랬으나 미적지근했다.사랑받고 싶었으나 시랑하지 못했다.나는 그랬다.사라지고 싶었지만 살아있었다.무던히도 무덤덤고자 했으나무척 많은 눈물을 흘렸다.처음 보는 노파의 등에서 수많은 고민과 수많은 좌절과이를 비추는 따듯하고 매정한 햇살을 보았다.우리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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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준 사진기자
2017.10.2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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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든 일들.포기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지만흔들리지 않고 이룰 일이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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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용 사진기자
2017.09.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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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내일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위선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다만 이토록 처절하고 황홀한하루를 느끼는 또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을전해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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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준 기자
2017.09.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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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마지막으로 머리 위를 바라보았나요.지금 당신의 머리 위에는 뭐가 있나요.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오늘도 그저 앞만 바라보고 걸어가지는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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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용 기자
2017.08.3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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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잔악하다경쇄도 책임도 없이출구만 가득한 그것은, 딱 그만큼만 잔악하다불안정한 호흡과 정렬되지 않은 단어들,조금은 느린 맥박보다 서로를 난도질 했던 것은조용히 헐어버린 눈빛이었다나의 생각은 그들의 논쟁 속에 휘발하고 눈 앞에 닥친 현실과 섞인다빨래 감, 딱딱한 책상, 그리고 종이뭉치가 섞여서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다익숙한 내 방비 내리는 소리가 싫어 커튼을 친다꼭꼭 씹어 삼킨 문장은 소화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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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7.05.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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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거실에 흩어져 반짝이는 이것이 무엇이에요당신이 사랑하는 꽃은 왜 저기 죽어 쓰러져 있나요나쁜 꿈을 꾼 거라구요, 이제 그런 말은 믿지 않아요목구멍 안에서 들썩거리는 이 감정이 다 무엇이지요여윈 창을 통째로 흔들고 가는 저 바람은 무엇이에요하루만 지새면 끝이라는, 그런 말은 이제 믿지 않아요이제 옛이야기로는 어떤 밤도 지나가게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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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7.05.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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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의 온도는 의외로 차갑다. 어린아이가 주로 가지는 감정이라 뜨거우리라 지레짐작하지만, 투정은 차갑다. 너무도 차가워서 화상을 입고는 뜨겁다고 착각한다. 투정은 길고 긴 산문만큼이나 차갑다. 언젠가부터 나 진지해, 라는 서두 없이는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게 돼버린 우리만큼이나 차갑다. 소문에 추론과 상상을 더해서 너의 일상과 아무도 모를 단점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내가 너보다 나은 점들을 헤아리며 기뻐하다가도 정방형 사진 속 보이는 너의 말간 웃음. 행복한 문장. 쌓이는 댓글의 숫자. 우리 만나야지, 하며 약속을 잡는 끔찍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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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7.05.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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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지금밖에 ( )가 없을지도 모르니까...!지금이라면아직( )가 있을지도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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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7.04.1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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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일 리 없는 공간인데 바람이 불었다묽은 빛깔의 얼굴들이 몰려오고 몇몇을크러진 무릎이 안쓰러워 자리에서 일어난다손잡이를 잡고 선 그들의 손톱 밑에는밤이 새파랗게 묻어있다내 주변엔 아무도 없이먼지만 풀썩거리고달은 죄 찌그러진다보랏빛 하늘은 두 눈을 얼리고양철 대문은 맥락없이 쾅 닫힌다점점 초점은 흐려지고끝끝내 먼저 유기당하고 마는 걸까버려진 것들은 차곡차곡 안개를 마시고 꽃피우는 것을너는 알까그럼에도 난 이들을 믿는다좋은 글은 그들이 삼켜두었다나는 또다시 사람을 믿는다내게 있어 성숙이란 무뎌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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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7.03.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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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언제나 여유로이 내 방 문 앞을 지나가지만먼지는 지체하는 법 없이 이마에 내려앉는다아침은 을씨년스러웠다가, 따스하다가, 푸르렀다가벽력 같은 소리가 되어 나를 찌르르 울리고 떠난다어찌 된 켯속으로 그것을 들을 때면 숨이 턱 막힌다늑골부터 미끄럽게 타고 올라와 숨골을 쥐어흔드는그 짓궂은 아름다움과 때로는 다붓하게 마주 앉았다싱겅싱겅한 방 창 밖으로 뻐끔히 고개만 내밀어 보면적막한 하늘엔 서늘하고 복잡한 것이 날리고 있었다날은 질서 없이 자욱했다가, 아슴아슴 흰 빛이었다.바라보노라면 이유 없는 슬픔이 싫어 조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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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7.03.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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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렬하면서도 게으른, 어떤 말말이라기보다는 정적인 위로위로라기에는 과히 폭력적인숨을 죽여 다가서는 어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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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7.03.0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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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목에선 낙엽을 보았다 우는 사람의 눈물을 막지 못했다 막지 못할수록 다른 이의 것이었기에고개를 들어 빈 가지가 하늘에 무어라 적는 것을 보았다 말없이 모래 위로 적어가던 손처럼영원히 잃은 것에 대해 영원해야 할 것은 찾는 시늉이 아닌 찾은 시늉이어야 한다.이제, 가득히 빈 가지가 되어 울던 사람에게 주려던 마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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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사진기자
2016.11.2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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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침대 끄트머리에 여러 감정의 찌꺼기가 대롱거린다. 그것들이 서로 달그락거리며 부딪히는 소리에 잠이 오지 않는다. 많은 것이 뒤섞여서 인지 막연한 불안감이 앞다투어 고개를 들고 눈시울이 찰랑거린다. 믿음을 베푼다고 생각하는 멍청이와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 미처 끝내지 못한 과제, 그리고 6천야드 밖으로 미뤄 놨던 미래. 너는 나를 삶이라고 말하는가. ‘걱정이 하나도 없는 밤은 가짜야, 진짜일 리 없어.’애써 가짜 밤을 넘기자, 새벽이 찾아온다. 잘못 삼킨 감정이 사래 들린 듯 새어 나와, 일어서 창문 앞에 선다. 창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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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사진기자
2016.11.1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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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를 짜는 당신 등에 물이 고여 있습니다아들, 빌딩에 비친 석양은 눈부신데 왜 내 삶은 지하 63층일까 생각하던 밤이 있어 올 겨울엔 10층을 더 내려갈 것 같아겨울 옷을 보낸다,서랍을 헤집는 손등에강물이 흐르고너는 강물 따라 내게로 왔지 네 안의 강물을 비추고 싶은 나의 석양을 아니제자리를 지켜야 할 때 고이고 고여 맑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석양을흐르지 못해 기다리다 기다림마저 흘러갈 그날 당신 등에서 나는 석양의 조각을 주워 담아 볼까요포개어진 겨울 옷을 꺼내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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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사진기자
2016.11.01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