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방안에는 짙은 색 원목 가구들이 놓여있다. 침대와 그 옆에 탁자, 옷장과 벽에 붙은 책상. 딱 필요한 가구들만 있어 조금은 휑한 느낌이 든다. 방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온다. 통이 넓은 체크무늬 바지와 흰 티, 품이 넉넉한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고 한 손에는 커피가 든 머그잔을 들고 있다. 흰 테두리 안 검은 수면 위로 수염이 거뭇거뭇한 턱이 비친다. 조금 내려온 다크서클에 건조해진 피부는 지금 그가 피곤한 상태임을 말해주지만 표정은 담담하다. 남자는 통유리로 된 벽 앞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간다. 의자에 앉아서 차분한 눈길로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8.29 16:07
-
이번 여름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흑돼지를 먹으러 갔는데 밥시간이 지난 때라 직원분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셨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서울에서 5년 동안 구직도 하고, 일도 해보다가 도시에서 살기가 쉽지 않아서 최근에 제주도로 내려왔다고 했다. 도시로 상경한 사람은 많이 봤지만, 구직을 포기하고 삶의 여유를 찾아 '이도향촌'하는 사람은 실제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고용한파가 불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되고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우리가 대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8.29 16:05
-
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Surely Jesus’s disciples knew what might happen. They’d been with Thomas through many difficult times and many joyful times, banded together, trailing behind Jesus for several years. They had plenty of time to learn Thomas’s qu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8.29 09:06
-
김희진(CUBE 학회 / 언론정보 16)어릴 때부터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정확히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건지는 잘 몰랐다. 그러다가 광고를 통해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돌면서 아주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전하는 광고 카피는 읽는 사람이 집중해서 주의 깊게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머릿속에 혹은 가슴속에 깊이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종류의 글보다도 더 큰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때부터 나는 카피라이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대학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5.29 22:52
-
석찬홍(The Answer 학회 / 경영경제 13)맨 처음 한동대에 발을 들이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배우는 지식들이 세상에 나아갔을 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은 전공을 선택하고 2학년이 되기까지 해결되지 않은 미제였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내려두고 군입대를 하게 되었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지금 전공하고 있는 디자인과 경영을 접목시킴과 동시에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학문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주변 선배들의 조언과 책을 통해서 Ux디자인에 대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5.15 23:26
-
장예진(다면 학회 / 국제어문 14)매주 목요일 저녁 학회 정모가 끝나면, 저녁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고 온몸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 학회장으로서 유익한 정모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몫하겠지만 아무래도 학회에서 다루는 주제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탓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모양이다.이제 겨우 1년 남짓 된 아기학회 ‘다면(多面)’은 2017년 봄학기, 한국 성매매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Save my Seoul’을 한동대학교에서 상영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성매매 이슈에 관심이 있는 몇몇 학생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5.01 23:21
-
염동교(DECITY 학회 / 언론정보 12)어렸을 때부터 나는 영화와 음악, 미술을 좋아했다. 그것들을 떼어버리면 내 인생에 뭐가 남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이는 내가 그 분야들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관련 직종을 진로로 삼아서는 아니다. 십여 년간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그 친구를 빼고서 자신의 인생을 어찌 설명하겠는가. 마찬가지이다. 말 그대로 ‘좋아해서’ 이다. 그런데 난 늘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원했던 것 같다. 음악과 영화를 주제로 저녁 내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상황, 내가 왜 이 작품을 좋아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4.10 23:47
-
김성민(경영경제, 13)“주식 투자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투자 학회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께서 전해주신 말씀이다. 현재에도 많은 이들에게 주식 투자에 대해 물어본다면 우리 아버지와 같은 답이 돌아오기 일쑤이다. “도박이다, 무서워서 할 수 없다, 주식에 대해 잘 모른다.” 등의 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사실상 무섭거나 모르는 것은 같은 말일 것이다. 무엇이든 잘 모르면 무섭기 마련, 이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이라는 결론을 낳고 말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은 주식은 피하고 예금이나 적금과 같은 방법으로 원금을 지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3.28 00:03
-
김주영 (법 14)Law and Advocacy, LnA, is an international law academic society which I have been a part of for the past year and a half and am currently serving as president. The reason why I chose to major in UIL at Handong was originally to help immigrants, women and children in America after law schoo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3.13 23:28
-
중학교 시절 내 단짝 친구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다. 나는 처음으로 책을 읽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됐고 그 친구를 닮고 싶어서 오기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컴퓨터 게임과 친하게 지냈던 터라 처음에는 책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를 따라 판타지 소설, 시리즈물, 만화책 등 쉬운 책 위주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익숙해졌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다독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느끼듯 '고전'이라는 것은 수능 언어영역 점수를 높이기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8.02.28 01:57
-
조은샘 (법학부, 16)“증오하는 입”은 혐오발언과 혐오범죄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혐오발언과 그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는 히틀러로부터 시작된 혐오발언이 제노사이드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던 20세기의 참상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류는 전쟁의 20세기를 경험하며 혐오라는 감정의 파괴력을 체험했다. 평화로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혐오라는 감정이 물리적 폭력으로 바뀌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던 일들이 옛날 이야기처럼 희미하게만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혐오라는 이름으로 우리 속에 살아 숨쉬는 나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7.12.05 23:36
-
속물은 타인에게서 자신을 찾는 사람이다. 속물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러나 속물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속물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속물은 공공의 것을 개인의 것으로 만드는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때는 더한 속물의 향기가 발산한다. 제아무리 공공의 향수를 사다가 뿌려도 조금 지나면 속물의 향기가 더 진해진다. 속물은 향기를 뿜어내고 이내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의 맛은 쓰디쓰다. 그것은 속물이 추구한 그 허망함과 그가 도달할 수 없는 진실의 맛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자연의 원리를 알아내는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7.11.07 21:13
-
*이번 248호 ‘학술칼럼’은 시 형태의 특별기고 칼럼이 실리게 됐습니다.어머니누리기 보단살아가고만들기 보다는만들어 낸다느끼기 보단배를 채우고달콤함 보다는곯아 떨어진 채어느새 찾아온 아침에다시 장화를 신는다스쳐 지나간 말에 생각난지난 시절 꿈과 함께무언가 뜨거운 것이 목젓을 타고 올라오는데이내 꿀떡 삼키고는다시 장갑을 낀다삼킨 것이 아팠는지촉촉해진 눈에는아름다운 소녀푸른 초원 꽃향기 맡는소녀가 뛰노는데괴물에 잡아 먹히듯다시 위생모를 쓴다아무일 없었다는 듯오늘도 웃으며 건네는그녀의 국이왠지 더 뜨겁다 전건웅 (언론정보, 12)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7.10.25 00:36
-
최근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혹은 최신작 코너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글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앞으로 인류가 맞이하게 될 어마어마한 미래에 관해 저마다 신나게 떠드는 책들 사이에, 저만치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시대로 넘어와 이제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니, 정말 이게 가능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그 책을 무작정 뽑아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7.09.26 21:51
-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라는 제목의 영화를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통 기억하는 전쟁영화가 아니다. 제54회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3관왕을 해내고, 이 때문에 한 영화가 2개 이상의 수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 생겼던 엄청난 작품이다.주인공인 에리카 코후트는 능력 있고 존경받는 피아노 교수다. 그녀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으며, 무뚝뚝한 얼굴에서 오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여자다. 그런 그녀에게 젊은 금발의 눈에 띄게 아름다운 남자가 접근한다. 반짝이는 눈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7.09.12 21:51
-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김지영은 개인 김지영이 아니라 82년생 여성들의 삶을 나타냈다고 느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나 개인의 삶보다는 지금 살아있는 92년생 김지영 들의 삶들을 생각하려고 했다. 92년생 김지영이라는 이름으로 글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김지영 씨, 82년에 태어난 김지영과 92년에 태어난 김지영의 삶은, 슬프게도 너무 닮았어요. 당신이 당신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듯이요.2001년생인 제 동생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여전히 짝수로 시작했고, 강 씨인 아빠를 둔 제 친구는 초등학교 때 늘 20
학술칼럼
한동대학교학보사
2017.08.30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