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 ‘고이(Goee)’ 갤러리와 공방을 찾아가다
700도가 넘는 가마 안에서 고열을 견뎌낸 것도 잠시, 다시 수 만 번의 두드림과 톱질이 이어진다. 영원할 것만 같던 고난의 시간이 끝나야만 한 덩이 금속은 비로소 ‘예술’이 된다.
장성동에 위치한 공방 겸 갤러리인 고이(Goee)의 문을 열자 고명진 금속공예 작가(52)가 반갑게 맞이한다. ‘고이’라는 이름은 ‘사랑하다’라는 의미의 옛말인 ‘고이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공방 가운데에 있는 책상 위에 한창 작업중인 작품이 보인다. 그 주위에는 금속 공예 공방답게 웬만한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가지각색의 기구와 장비들이 자리잡고 있다.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른 망치와 날카로운 기구, 그리고 가마까지 이곳이 공방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방 안 책장은 색색의 유약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개수였다.
공방을 지나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금속 특유의 차가운 느낌은 어디에도 없고, 매우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금속을 두드려서 만든 가장 기본적인 작품부터 금속망 위에 칠보가 결합된 작품까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갤러리 안쪽에 걸려있는 ‘숲’이라는 작품은 고 작가가 요즘 작업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는 얇은 동망을 연결해 그 위에 칠보오브제를 붙인 것으로, “거울을 붙여 관객이 작품의 일부분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 뒷면에 배치된 거울에 관객의 모습이 여실히 비친다.
작품의 대부분은 직사각형의 액자나 유리상자 속에 전시돼 있었다. 그런데 갤러리 한 켠에 덩그러니 놓인 납작한 금속판 모양의 단순한 작품 하나. 어떤 화려함도 없이 그저 강직한 느낌의 그것을 보고 있자니 어느 샌가 고 작가가 슬며시 다가와 말했다. “수없이 많은 열풀림, 두들김의 반복으로 만든 것이라 작가의 에너지가 느껴지죠. 이 작품은 특별히 나를 가르쳤던 교수님이 직접 만든 것이라 더 애착이 가요”
갤러리 관람을 마치고 칠보공예를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공방으로 향했다. 이번에 만든 작품은 물고기 모양의 동판 위에 유약을 입히는 것으로 ‘칠보’라고 한다. 체험은 먼저 동판에 맘에 드는 색깔의 유약을 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유약을 꼼꼼하게 칠하지 않으면 가마에서 꺼낸 뒤 색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유약을 칠해야 했다. 칠이 끝나면 살짝 말려 750도 정도 되는 가마에서 10분간 굽는다. 열처리를 끝내면 물에 씻어 구리막대기와 사포를 이용해 주변을 문질러 주었는데 단단한 금속을 문지르는 것이다 보니 3분만 해도 팔이 점점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장장 3시간이 지나고, 알록달록한 물고기 모양의 칠보공예 작품이 탄생했다.
“금속 공예는 재료 특성상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길고, 또 세세한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얼핏 들으면 불평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고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금속공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재료가 사람의 손길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는 것이 공예를 끊을 수 없게 한다며 말했다.
고난을 통해 성숙해지는 인간의 삶처럼, 치열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금속공예 작품의 매력에 빠져보자. 힘든 시간을 견뎌낸 만큼 더욱더 빛을 발하는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의: 고이 갤러리(054-251-3483), 공방 사전문의 필수
오인영 기자 ohiy@hgupress.com
'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32호]‘사천왕사’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려 (0) | 2009/06/03 |
|---|---|
| [132호]포항의 중심에서 복음을 외치다 (0) | 2009/06/03 |
| [132호]사랑한다면 뜨겁게 두드려라 (0) | 2009/06/03 |
| [132호]‘사천왕사’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려 (0) | 2009/06/03 |
| [132호]포항의 중심에서 복음을 외치다 (0) | 2009/06/03 |
| [132호]창업, 거침없는 도전 (0) | 2009/06/03 |


